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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거물들 ‘유대인 잔치’ 총출동

입력 | 2008-06-06 02:53:00

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정책수련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부시… 오바마… 매케인… 힐러리… 펠로시… 라이스…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 ‘AIPAC’ 참관기

오바마 후보확정 후 첫 일정… “이스라엘 친구” 서로 강조

상하원 의원 200여 명도 참석해 ‘유대계 파워’에 눈도장

미국 내 유대인 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정책수련회가 1∼4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AIPAC 회원 자격으로 이 행사에 참여한 뉴욕·뉴저지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사진) 소장이 참관기를 보내왔다.

“이스라엘의 진정한 친구, 미국-이스라엘 관계의 확고한 지지자, 민주당 대통령후보 내정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소개합니다.”

4일 오전 워싱턴 시내 컨벤션센터. AIPAC 정책수련회 마지막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불과 12시간 전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오바마 의원의 연설이었다.


장내가 떠나갈 듯한 환호 속에 등장한 오바마 의원은 8000여 명의 유대계 청중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내 마음을 담아, 이스라엘의 진정한 친구로서 말합니다. …이스라엘의 안전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란 핵 보유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입니다.”

‘변화’를 슬로건으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오바마 의원은 후보 확정 후 첫 공식 일정인 이 연설에서 ‘변화’가 뭔지를 몸소 보여주려는 듯했다. ‘친이스라엘 강경파’로의 화끈한 변화였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공격 소재로 삼는 ‘불량국가 지도자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그는 어조를 바꿨다.

“단지 대화만을 위해 적과 마주앉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간과 장소를 내가 정하고, 강하고 원칙이 확고한 외교를 주도해갈 것입니다.”

그는 북한과의 커넥션 논란을 일으킨 시리아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정당한 조치”라고 옹호했다.

청중은 13차례의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연설을 마친 그가 단상의 AIPAC 간부들과 포옹과 악수를 하는 동안 청중석에선 “정말 명연설가”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어 등단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오바마 의원은 이스라엘의 좋은 친구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600만 유대계 미국인을 대표하는 AIPAC의 이번 행사는 그들의 조직력과 영향력을 확인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양당 대선 후보는 물론이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존 뵈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거물급의 연설이 이어졌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도 비공개로 방문해 AIPAC 지도부와 만찬을 했다. 현직 상하원 의원 200여 명이 참석해 지역구에서 온 유대계 인사들과 합석하고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재미 한인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일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정작 부러운 것은 그런 외형만이 아니었다. 8000명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숱한 프로그램이 열리는데도 진행에 한 치의 허점도 찾기 힘들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크고 작은 정책세미나에 참여해 차기 미국의 중동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난 1년간 미국-이스라엘 관계에 기여한 정치인 랭킹 200선 발표, 후원금 모금실적 발표, 11월 의회 선거에서 관심(지지)을 보여야 할 후보 명단과 이유를 담은 책자 배포 등 정치인이 외면하기 힘든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최근 정세가 이스라엘에 유리하지만은 않아서인지 참가자는 예년에 비해 2000명 이상 늘었고 기금도 거의 2배나 모였다. 이 행사를 위해 1만 달러 이상 기부금을 낸 회원만 7만 명이라고 한다.

미국 내 한인은 유대인과 닮은 점이 많다. 높은 교육열, 근면과 성실, 모국과 미국 간의 절대적인 관계…. 하지만 커뮤니티의 리더십과 정치적 영향력, 멀리 내다보는 정치자금 기부문화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통감한 나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