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 합당하다 벌어진 틈
黨통합의 ‘묘수’ 찾아낼까
《“통합민주당이 진짜 걱정해야 할 문제는 당장의 선거 승패가 아니라 선거를 치를 능력과 토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인 정세균(58·사진) 의원은 당 안팎에서 나오는 이런 우려를 의식해 7월 전당대회의 주요 슬로건으로 ‘차기 대권후보를 5∼7명쯤 길러내겠다’고 내세웠다.》
敵만들지 않는 성격… “갈등 봉합 적임”
‘지구당 부활’로 당 기초 재건에 앞장
열린우리당 마지막 의장 ‘원죄’ 부담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정 의원이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 지난해 수차례 벌어진 탈당과 통합 과정에서 당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 조직과 당원들이 와해된 점을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부실한 당의 토대를 재건하는 일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의원은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구당 부활’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정당은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정치에 반영해야 하는데 가장 밑바닥에서 소통하는 조직이 지구당”이라며 “지난 4년간 정당정치가 쇠퇴한 데는 지구당 폐쇄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민주당 사람들은 요즘 당의 가장 큰 문제로 차기 대권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당에 후보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이완구 충남지사 등 자천타천의 차기 대권후보들이 즐비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민주당에도 대권을 지망했던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있지만 이들은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지난해 대선, 올해 총선에서 무기력하게 참패한 민주당으로서는 앞으로 2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은 물론 정당의 존립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옛 민주당이 통합한 후에도 여전히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있는 여러 계파 간의 갈등을 조절하는데도 정 의원만 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그 사람 안 되겠대’가 정 의원이 하는 최대 욕이라고 할 정도로 누구와도 척을 지지 않는 성격이다. 이 때문에 “능력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정 의원을 싫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민주당 내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우리는 K대 출신이 아닌 G대 출신’이라고 비아냥하는 속에서도 당내 고려대 동문 모임을 챙기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한 것은 그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 중 상당수가 사실은 지난해 그가 ‘마지막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내던 시절 잉태된 문제라는 점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과정에서 정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상징적인 인물 몇 명만 과감히 배제했더라면 시민단체가 끼어들 틈도 없었고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난도, 옛 민주당과의 통합도 늦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현재의 문제는 대부분 통합 지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캠프로 열린우리당 출신 386 낙선 의원들이 속속 모이고 있다는 점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정 의원 측의 한 핵심 인사는 “지난해 통합 과정을 놓고 이런저런 비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의장이었더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정 의원은 당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당 대표가 된다면 이를 해결하는 데 적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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