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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성과물? 무기구매국 지위격상 진실

입력 | 2008-06-08 07:36:00


“미 방산업계 요청→주한미대사관 기획→미 하원 주도”

4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외무기판매(FMS) 프로그램 지위를 나토(NATO) 수준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4월 말엔 관련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했다. FMS 지위 격상은 한마디로 한국이 미국 무기를 사들일 때 미 의회 심의 기간이 단축되는 등 구매절차가 간편해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물로 내세웠다. 주한미군 병력의 현 상태 유지와 더불어 한미군사동맹 복원의 상징적 조치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미국이 한국의 무기구매국 지위 격상 요청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분명 이명박 정부의 외교․군사적 성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언론이 놓치거나 눈감은 이면의 진실이 있다. 바로 FMS 지위 격상이 미 방산업계의 이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5월17일 발간된 ‘신동아’ 6월호에 따르면 한국의 FMS 지위 격상에는 미 군수업계를 후원하는 미 상공회의소와 주한미대사관의 막후 활동이 주효했다. 특히 주한미대사관 소속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JUSMAG-K)이 숨은 공로자임이 드러났다.

2006년 6월 한국의 FMS 지위 격상을 지지하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대사의 서한이 미 국무부와 국방부, 백악관에 전달됐다.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에서 작성한 이 편지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은 방한한 미 의원들에게 한국의 FMS 지위 격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크리스토퍼 본드 상원의원과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이 미 의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데도 관여했다. 이처럼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이 적극 개입한 것은 보잉사를 비롯한 미 군수업체들의 지속적인 요청을 반영한 결과다. 한국의 무기구매국 지위 격상이 자국 방위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에 서명한 미 하원의원 24명 중 상당수가 군수업체 본사나 공장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 출신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한국은 미 군수업계의 주요 고객이다. 아파치롱보우, 글로벌 호크, F-35 등 미 군수업체들은 한국에 팔아야 할 게 아직 많다. 한국의 FMS 지위가 격상되면 이런 고가의 무기를 더 많이 더 빨리 팔 수 있게 된다. 물론 미국제 첨단무기를 탐내는 한국 국방부로서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 군수업체들은 최근 한국을 상대로 활발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차기전투기(F-X) 사업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사업을 거머쥔 보잉사는 얼마 전 F-15K를 20대 더 파는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절충교역 비율이 낮은 데 대한 보상 명목으로 한 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고단수 판촉전략을 선보인 바 있다. 최신예 전투기 F-35 생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는 최근 공장 견학 등 한국 언론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미 정부는 한국의 FMS 지위 격상에 때맞춰 그동안 첨단기술 유출을 이유로 안 팔겠다던 노스롭 그루먼사의 최정예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한국에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신동아’ 단독보도에 따르면 보잉사는 최근 한국 국방부에 중고 아파치롱보우를 반값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1차로 제시한 물량은 36대. 이 일에도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이 깊이 개입했다. 이 같은 사실은 5월 하순 ‘한겨레’와 MBC의 후속보도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자세한 내용은 ‘신동아’ 6월호 참조)

조성식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