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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심 ‘묻지마 칼부림’ 행인 7명 참변

입력 | 2008-06-09 03:01:00



범인 “사는게 지겨웠다”… 인터넷에 범행 예고하는 등 치밀한 사전 계획

휴일인 8일 낮 일본 도쿄(東京)의 번화가에서 괴한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무차별로 칼을 휘둘러 7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이날 낮 12시 반경 아키하바라(秋葉原)에 2t 트럭을 몰고 나타나 행인을 친 뒤 트럭에서 뛰어내려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다. 그는 차에 치여 쓰러진 사람부터 찌른 뒤 지나는 사람들을 쫓아가며 공격했다.

이날 칼부림으로 19세부터 74세까지의 남성 6명과 21세의 여성 등 모두 7명이 숨졌다.

사고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범인이 소리를 지르면서 아무 사람이나 칼로 찔렀다”고 NHK방송에서 밝혔다. 범인은 출동한 경찰이 총을 겨누자 마침내 칼을 떨어뜨렸으며 당시 주변에는 17명이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려져 있었다고 AFP통신이 경찰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건 발생 장소는 아키하바라 지하철역과 가까운 휴일 차량통행 금지구역으로 보행자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아키하바라는 첨단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집중된 도쿄의 명소로 일본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시즈오카(靜岡) 현 출신의 가토 도모히로(加藤智大·25)라는 남성으로 이날 칼을 여러 개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는 인터넷에 무차별 살상극을 예고하는 글을 올려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때 범인이 조직폭력배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NHK방송은 그가 폭력조직에 속해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는 경찰에 “나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아키하바라에 왔다. 내가 죽이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는 게 지겹다”고 진술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전했다.

일본에서는 올해 3월에도 이바라키(茨城) 현의 한 쇼핑센터에서 20대 남성이 ‘무차별 칼부림’을 벌여 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이에 앞서 2001년에는 정신 질환을 앓았던 한 남성이 칼을 들고 오사카(大阪)의 한 초등학교에 침입해 어린이 8명을 살해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