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날로 짙어지는 유월 오랜만에 동네 야산을 찾았다. 소나무, 떡갈나무, 오리나무, 아까시나무 등이 어우러진 숲 냄새가 향기롭다. 얼마쯤 걷다 보니 못 보던 푯말이 나무에 달려 있다. 그것도 철사 줄에 꽁꽁 묶인 채로. 내용인즉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 그런데 비슷비슷한 문구로 만들어진 것들이 10여 m 간격으로 걸려 있었다.
무슨 위원회, 단체, 기관 등에서 경쟁적으로 ‘산불조심’ ‘산사랑 물사랑’ 등의 리본을 달아 놓아 눈이 피곤할 지경이다.
진정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네 홍보를 위해서 자연을 이용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산에서조차 자기 소유임을 나타내기 위해 둘러쳐진 철조망과 붉은색 글씨의 ‘출입금지’ 푯말 역시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산책로 수준인 등산로를 정비한답시고 국민의 세금으로 계단을 만들고, 사람들은 그것을 피해 다니거나 샛길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자연은 점점 자연스러움을 잃어가고 사람들은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일삼는다. 말 그대로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이종호 서울 노원구 공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