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종로와 시청 앞, 청계천 광장에서 매일 벌어지는 심야 촛불집회를 지켜보면서 남몰래 가슴 졸이는 사람들이 있다. 아들을 군복무 대신 전·의경으로 보낸 부모들이다. 시위대와 대치하다가 과격 시위로 번질 때는 혹시 아들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돼 현장 주변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부모를 ‘죄인 아닌 죄인’이라고 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그런데도 ‘폭력 경찰’이라고 하면 속이 뒤집힌다.
▷인터넷에선 광화문 지하철역 입구에서 한 전·의경 어머니가 진압복 차림 아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는 동영상이 화제다. 아들은 어머니를 달래 보지만 어머니는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그러는 동안에도 경찰수송버스 너머 차도에선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구호와 함성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럴 때마다 전·의경 부모들은 가슴이 철렁 한다. ‘전·의경은 당신의 아들입니다’ ‘전·의경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입니다’ ‘우리 아들들이 무사히 제대하게 해주세요’ 피켓을 들고 시위도 해보지만 시위대들은 막무가내다. 이런 부모의 모습에 전·의경들만 눈시울을 붉힐 뿐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지난달 2일부터 어제까지 39일째 이어졌다. 그동안 전·의경들의 고생이 막심했다. 잠도 못 자고 다친 것도 서러운데 “과잉 진압했다”고 욕까지 먹었다. 일부 누리꾼과 언론은 경찰의 과잉 진압 사례를 부각시키지만 경찰 측도 전·의경 157명, 일반 경찰관 15명 등 모두 172명이 다쳤고 8명은 입원 중이다. 시위대 못지않게 이들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소중한 자식들이다.
▷촛불집회가 장기화하면서 한동안 사라졌던 쇠파이프까지 재등장했다. 이러다간 화염병이 다시 날지 말란 법이 없다. 경찰버스를 공격하는 시위대를 전경들이 막아내는 장면이 일부 방송에선 과잉 진압의 사례로 보도되기도 한다. 불법 폭력시위에도 점잖게 맞기만 해야 ‘민주경찰’이라는 투다. 일부 신문은 시위대의 폭력 사진은 아예 싣지도 않는다. 시위를 진압하는 전·의경들의 얼굴 사진과 전화번호를 공개해 사이버 테러를 부추기는 나라가 지금 대한민국이다. 공권력의 권위와 법질서의 회복이 시급하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