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왼쪽)이 9일 청와대에서 정진석 추기경과 오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추기경에게 “(그동안) 인선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 李대통령, 천주교계와 오찬
鄭추기경 “국회 의원들은 국회 지켜야”
이명박 대통령은 9일 “(그간) 인선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진석 추기경 등 천주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현 정국상황과 관련해 “국민 여론에 좀 더 귀를 기울여달라”는 정 추기경의 주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쇄신 요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그간 인선의 과오를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어서 향후 예고된 인적 쇄신의 강도가 한층 높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흡한 게 있었다는 얘기는 앞으로 이를 좀 보완해 나가겠다는 뜻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 등의 인사 비판에 대해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일과 능력이 우선이다’라는 태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쇠고기 파동 이후 국민과의 소통 부재를 인정하면서도 인적쇄신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던 이 대통령의 이날 인사 과오 인정은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내각 및 청와대 인선에 대한 대대적 쇄신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쇠고기 파문’과 관련해서는 “국민정서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국민이 마음을 연 뒤에야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국회가 빨리 열려야 민생관련 법안이 처리될 수 있고 개각을 하더라도 청문 절차 등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18대 국회의 조속한 개원(開院)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추기경이 18대 국회의 개원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국회의원들은 국민에 의해 뽑힌 분인 만큼 국회에서 활동하는 게 본연의 임무이며 국회가 그분들의 정위치”라고 말한 데 화답하는 형식이었다.
이 대통령이 개각에 앞서 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점을 언급함에 따라 개각의 단행 시기는 빨라야 주말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정 추기경은 간담회 말미에 “이 대통령이 건강을 지키고 굳게 용기를 가져야 한다”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간담회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안병철 사무처장, 허영엽 홍보국장, 박재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이 대변인, 청와대 가톨릭 신우회장인 김백준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배석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