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오른쪽부터)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이 자리에서 상당수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강도 인적쇄신 조치를 요구했다. 박경모 기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9일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에 대해 “6월 중순쯤 최대한 빨리 앞당겨 전당대회를 했으면 좋겠다”며 조기 전당대회를 제안했다.
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정-청이 모두 비슷한 시점에 인적쇄신을 해서 새 출발을 하는 것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9일 오후 1시 반부터 약 3시간 동안 열린 의총에서 시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법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쏟아냈다.
▽6월 중순 조기 전당대회 제안=강 대표의 제안에 따라 한나라당은 9, 10일 경선 선거관리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전대 출마 후보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조기 개최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 출마할 정몽준 의원은 “한나라당도 (현 시국에) 책임이 있다는 면에서는 맞는 얘기”라면서도 “삼권분립의 측면에서 보면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곳인데, 그냥 그만두면 무책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조기 전당대회에 대해 간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쇄신 주도는 부적절”=청와대 내 특정 인사들의 전횡을 언급했던 정두언 의원이 이날 신상발언에서 청와대의 인사 실패가 국정 실패로 이어졌다고 거듭 비판하자 심재철 의원도 “정 의원의 충정을 120% 공감한다. 권력투쟁으로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쇄신을 주도하겠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정 의원 말에 동조했다고 한 참석 의원이 전했다.
김정권 원내공보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브리핑에서 “정 의원의 신상 발언에 대해 다수 의원이 충정으로 이해하고 뜻을 같이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홍준표 원내대표와 몇몇 의원은 의총에서 정 의원의 의견 표출 방식과 시기에 문제가 많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의총에서 대다수 의원은 내각보다는 청와대 인적 쇄신이 더욱 절실하고 그 폭도 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 원내대표는 “권력의 핵심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충분히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쇠고기 재협상해야”=총회에서 발언을 한 의원 중 3분의 2가량은 ‘사실상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 참가자의 전언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쇠고기 재협상 요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그 이후의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협상에 따른 후유증이 염려되는 만큼 형식은 다르지만 재협상에 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