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장비 점검하는 경찰9일 광주의 한 경찰서에서 전경들이 차량에 철망을 달며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6월 민주항쟁 21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상되는 가운데 10일 광주 금남로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릴 계획이다. 광주=연합뉴스
삽으로 맞는 전경 동영상에 누리꾼들 호응
‘불법반대’ 홈피 가입자 1주일새 1만명 넘어
“냉철한 머리로 봐야” 대학가도 자제 목소리
촛불시위 현장에 쇠파이프와 각목이 등장하면서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폭력 시위대가 집회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 전경, 삽으로 맞는 동영상 나와
‘과격불법 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 인터넷 카페가 개설된 지 1주일 만에 회원이 찍은 불법 시위현장 사진과 동영상 50여 개가 잇달아 올라왔다.
시위대에 몰려 고립된 전경을 집회 참가자가 삽으로 때리는 순간, 시위대가 경찰버스의 유리창을 깨고 밧줄로 당기는 모습, 여성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전경을 자극하는 행위, 전경이 피 흘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평화시위를 원하는 시민들이 폭력시위의 증거를 잡기 위해 모은 자료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단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경찰의 과잉진압 장면을 담는 데 맞서기 위해서다.
특히 전경이 삽으로 폭행당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하루 만에 300여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됐다.
이를 보고 많은 누리꾼이 “전경을 아들로 둔 어머니들이 이 동영상을 보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겠느냐. 이는 시민이 아닌 폭도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ID가 ‘주몽’인 누리꾼은 “우리 국민을 위해 매 맞은 당신들을 기억하겠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누리꾼은 “시위대는 과격하게 나와도 당연히 봐줘야 하고, 전경들은 진압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물리적인 힘을 쓰면 부당하다는 이중적인 잣대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공중파 방송이 군홧발 동영상을 집중 보도하면서 전경이 맞는 것을 보도하지 않은 점은 공정하지 못하다거나, 폭력시위자에 대해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2일 생긴 이 인터넷 카페는 1주일 만인 9일 오전 현재 회원이 1만 명을 넘었다.
전·의경을 남자친구로 둔 젊은 여성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성 모임인 포털사이트 네이버 ‘고무신’ 카페에는 “안절부절못하고 마음만 졸인다. 알고 보면 자기 친구, 친척일 텐데 왜 못 잡아먹어 안달인가” “시위대가 공격하는 버스 안에 내 남자친구가 있는 것 같아 떨린다”는 글이 이어졌다.
○ 대학가도 비폭력 요구
폭력시위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커지면서 촛불시위대는 이를 예방하는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경찰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비폭력! 비폭력! 3보 후퇴!’ 구호 외치기 운동, 마스크 안 쓰기 운동, 비폭력시위 지침서 발간 등의 아이디어가 올라와 시위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달 8일과 10일 집회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국민대책회의가 올린 ‘6·10 총궐기 결의문’에는 폭력시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집회 방식을 두고 강경론과 비폭력론이 맞섰지만 대다수는 비폭력을 요구했다.
이들은 “폭력시위가 오히려 정부에 빌미를 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쇠파이프 사용 등 폭력시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폭력 집회를 원하는 분위기는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9일 ‘대학 릴레이 공청회’를 주최하면서 “감정적으로 대립하지 않고,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로 사안을 바라볼 때라는 판단으로 공청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한양대생 이세진 씨가 3일부터 촛불집회 반대시위를 벌이자 공감을 나타내며 1인 시위에 동참하는 시민도 속속 늘고 있다.
7일 노점상을 운영하는 나현호 씨는 ‘이명박 탄핵하면 그 피해는 결국 서민. 촛불집회 자제합시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