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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변’ 정리… 쇄신 폭 커질듯

입력 | 2008-06-10 03:00:00


정두언 “인사실패” 잇단 공격에 이상득 “경질” 의견제기

李대통령, 류우익 실장에게도 “교체 불가피” 전한 듯

최근 인사업무 柳-朴 이미 제외… 친이 권력재편 본격화

박영준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이 9일 여권 내에서 일고 있는 인사 파동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조만간 단행할 인적쇄신의 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의 첫 내각 및 대통령수석비서관 인선을 주도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과 가깝다. 이 전 부의장을 10년 이상 보좌했던 박 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로 옮겨 이 대통령을 도왔다.

박 비서관의 사표 제출로 친이(친이명박) 세력 내 권력 이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 세력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이 전 부의장의 측근세력들에게 장악됐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은 핵심인물로 박 비서관을 지목했다.

▽정두언이 촉발하고 이상득이 마무리?=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정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 비서관을 비난하며 그의 경질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 의원은 ‘친이 세력 내 권력투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9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나타나 “인사 실패 책임자들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또다시 박 비서관을 겨냥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 전 부의장은 9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조찬 회동을 하면서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 비서관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 전 부의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날 오후 류 실장을 통해 박 비서관의 경질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류 실장에게도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동시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박 비서관 사퇴의 근본적 원인이 됐다. 당초 박 비서관은 초기 내각 인선 파동과 재산 공개에 따른 박미석 전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의 사퇴 등을 겪으면서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의 ‘신임’으로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쇠고기 파동이 확산되고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대응에 문제점이 노출되자 한나라당과 친이 세력 내 일부는 박 비서관의 책임론을 제기했고, 결국 박 비서관은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정 의원과 박 비서관과의 갈등 관계도 박 비서관의 사퇴에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인연을 맺었던 두 사람은 경선캠프에서부터 이견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인물 영입에 있어 두 사람은 이견을 보였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인사권을 두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큰 폭의 교체 예상되는 청와대 비서진=박 비서관의 사퇴로 청와대 비서진의 교체 폭이 커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류 실장과 함께 정무, 민정, 경제, 외교안보 수석비서관까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당시 각종 인사를 담당했던 류 실장과 박 비서관을 배제한 별도의 팀에 지난주부터 후속 인사 업무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친이 세력 내 권력 재분배 가능성도 커졌다. 초기 청와대 멤버들이 대거 퇴진하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친이 세력들이 중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