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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채의 스포츠 에세이] 佛-伊 붙는 ‘죽음의 조’

입력 | 2008-06-10 08:40:00


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유로’란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1996년부터, 대회 참가팀 수는 이전의 두 배인 16개로 늘어났다. 그 덕분에 본선 무대를 처음으로 밟게 된 나라도 여섯이나 됐다. 불가리아, 스위스, 터키, 그리고 동유럽의 ‘신생국’ 체코공화국, 크로아티아, 러시아가 첫 선을 보였다.

2000년에는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사상 최초로 국제축구대회를 공동 개최했고, 2004년에는 ‘변방’ 그리스가 첫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럼 유로2008에서 ‘처음’은 무엇일까?

오스트리아와 폴란드에겐 이번 대회가 데뷔전이다. 공동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오스트리아와 13번째 시도 끝에 본선에 오른 폴란드는 B조 1차전에서 크로아티아와 독일에 나란히 패했다. 유로대회를 처음으로 유치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가 개최국의 이점을 살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지금까지 열린 12번의 유럽선수권대회에서 개최국이 우승한 적은 3번밖에 없었다. 2년 전 월드컵 준결승에 올랐던 네 팀이 모두 유로 본선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C조의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 만나게 됐고, 독일과 포르투갈도 조별 리그 결과에 따라 8강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죽음의 조’가 나온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루마니아가 속해 있는 이번 대회의 C조 만큼 축구팬들을 설레게 만든 조 편성은 여태껏 없었던 것 같다. 세계를 정복한 이탈리아가 유럽 무대를 평정하기 위해서는 98월드컵과 유로2000 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최초로 ‘더블’을 달성했던 프랑스의 벽을 넘어야 한다.

프랑스는 지난 월드컵이 끝나고 주축 선수들이 은퇴한 이후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23명의 선수 중 10명은 주요 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들이지만 골키퍼 스티브 망당다, 공격형 미드필더 사미르 나스리, 오른쪽 윙어 프랑크 리베리 등 마르세이유에서 성장한 스타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네덜란드의 마르코 반 바스텐은 ‘토털 풋볼’과 4-3-3 포메이션이 완성된 1970년대 이후 4-4-2 시스템을 시도한 첫 번째 감독이다. 그는 예선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4-2-3-1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의 실험은 이번 대회 성적에 상관없이 끝날지도 모른다. 반 바스텐 감독과 주장 에드윈 반 데 사르에겐 이번이 오렌지 군단과 함께 하는 마지막 대회이기 때문이다.

정훈채 FIFA.COM 에디터

2002월드컵 때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 안내를 맡으면서 시작된 축구와의 인연.

이후 인터넷 세상에서 기사를 쓰면서 축구를 종교처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