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남자농구대표팀과 고려대의 연습경기가 열린 고려대 화정체육관에는 평일이었는데도 200여 명의 열성 팬이 몰려들었다.
김유택 대표팀 코치는 “정식 아마추어대회만큼 관중이 온 것 같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농구 팬들은 2006년 개관한 최신 시설의 체육관에서 편하고 쾌적하게 농구 스타들을 볼 수 있었고 고려대 농구부가 프로 선배들을 맞아 막판까지 접전을 펼친 것도 신선했다. 한 관중은 “농구 비시즌에 대학 캠퍼스에서 이런 경기가 열린다고 해서 꼭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상 밖의 비시즌 농구 열기였다.
하지만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동부, 삼성, 모비스, KT&G 단장과 사외이사 한 명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참했기 때문. 최근 몇 달째 끌어온 프로농구 2군 문제가 주요 안건이었으나 논의조차 할 수 없었다.
KBL 이사회는 그동안 몇 차례나 2군 제도를 토의했으나 구단마다 이해가 엇갈려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0개팀이 모두 2군 팀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부 구단은 연간 2억∼3억 원이 들어가는 2군 운영비 부담에 따라 KBL 관리하에 2, 3개팀만을 두자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2군 창설은 선수들의 취업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며 기존 프로 선수들에게도 뛸 기회를 더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1군에서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한 선수들에게는 재기의 무대도 된다. 비시즌에 대학팀, 상무 등과 별도 리그를 만든다면 농구 인기를 높이는 틈새시장도 된다. 그래서 농구인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2군 창설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무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2군에 희망을 걸었던 13명의 선수는 최근 재계약에 실패해 코트를 떠났다.
KBL은 12일 농구 발전 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타이틀만 달랐을 뿐 이런 행사는 연례모임처럼 되풀이돼 왔다. 탁상공론보다는 뭔가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할 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