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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막걸리 매력에 취하다

입력 | 2008-06-11 18:42:00


일본이 한국 막걸리의 매력에 취했다.

매일 오후 7시 경이 되면 도쿄(東京)의 코리아 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역과 쇼쿠안(職安)거리 일대는 한국식 불고기를 안주 삼아 '한 잔' 하려는 남녀 직장인들로 붐빈다.

일본인들의 평소 음주습관에 따라 생맥주를 1잔씩 마시고 나면 그날의 본격 주종(酒種)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시작되지만 결론이 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발언권이 센 여성들이 '맛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신오쿠보역 근처에서 한국가정요리점 '하루방'을 운영하는 한길수 사장은 "요즘 코리아 타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라면서 "10개 좌석에 7개 좌석은 막걸리를 마시는 손님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의 국적 분포를 보더라도 일본인이 한국 관광객이나 재일교포들에 비해 4배가량 많다"고 전했다.

하루방은 막걸리를 찾는 일본인들이 늘어나자 지난해 5월부터 수입을 하는 대신 관할 세무서에서 아예 주류제조면허를 받아 자체 브랜드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하루방은 음식점 근처에 70평 규모의 막걸리 공장을 완공해 9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일본인 술손님들에게 막걸리를 내놓은 곳은 한국식당뿐만이 아니다. 대형 이자카야(대중주점) 체인인 사쿠라수산은 250개 산하 점포에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유통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에 본사가 있는 ㈜초가는 대형 종합슈퍼마켓(GMS)인 이온 및 이토요카도, 한큐백화점의 일부 점포 등을 통해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체인인 로손 등에 이동막걸리 등을 제공하고 있는 이동저팬은 7월부터는 편의점 에이엠피엠에도 진출한다.

막걸리 판매시장이 확대되면서 공중파 TV에도 막걸리 CF가 등장했다.

이동저팬 김효섭 사장은 "막걸리 매출이 매년 20∼30%씩 늘고 있다"면서 "4월부터 여성모델 2명이 등장하는 TV CF를 내보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막걸리의 달짝지근한 맛이 일본 여성들을 매료시킨 것 같다"면서 "일본은 술을 많이 마시는 문화가 아니어서 막걸리의 약점인 숙취나 트림도 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