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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10년째 ‘청춘예찬’… 그래도 설레요”

입력 | 2008-06-12 03:04:00


10번째 무대 오르는 연기파 배우 고수희

공연기획자가 되고 싶다던 20대 여성에게 ‘청춘예찬’의 연출가 박근형 씨는 “네가 하면 잘하겠다”며 간질병 앓는 여자 역을 맡겼다. 1999년 겁 없이 무대에 섰는데 공연 끝나고 관객들이 “연기 괜찮다”며 등을 두드렸다. 고수희(32) 씨의 배우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청춘예찬’은 고 씨에게 고향 같은 작품이다. ‘청춘예찬’ 이후 10년째, 그는 대학로에서 연기파 배우로 꼽히게 됐고 ‘친절한 금자씨’ 등의 영화로 팬의 폭도 넓히게 됐다. 그렇게 분주하게 활동하면서도 그는 ‘청춘예찬’ 공연을 빼먹지 않았다. 10번째 공연을 앞두고 20일 만난 그는 “또 ‘청춘예찬’ 해야 되는 거냐고 투덜대긴 했지만 실은, 너무 설렌다”고 털어놨다.

‘청춘예찬’은 4년째 고교 2학년인 문제아 청년을 둘러싼, 희망 없어 보이는 삶들에 대한 이야기다. 술로 소일하는 무능한 아버지, 아버지가 홧김에 뿌린 염산 때문에 눈먼 어머니 등 청년의 삶은 어둡다. 청년이 만난 ‘사랑’도 간질병을 앓는 다방 여종업원이다.

“처음엔 막연히 청년을 참 사랑했나 보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여자가 청년으로 인해 삶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게 아닐까 싶어요.”

박해일 김영민 김영필 씨 등 고 씨와 호흡을 맞췄던 청년 역 배우들이 모두 스타가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민 오빠랑 했을 땐 진짜 사랑하는 기분이었다”고 그는 웃는다.

철없는 남편 때문에 속 썩는 경숙이 엄마(‘경숙이, 경숙아버지’), 억척스러운 재일교포 곱창집 안주인(‘야끼니꾸 드래곤’), 바람난 남편을 죽이고 인육을 먹는 마녀(‘친절한 금자씨’)…. 강렬한 캐릭터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온 그는 “나도 멜로 하고 싶은데”라며 샐쭉한다. “‘청춘예찬’의 ‘간질’이 딱 멜로 아니냐”고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보기엔 시원시원하고 털털해도 속으론 자신이 그렇게 여릴 수 없다고, 그래서 ‘간질’과 자신은 닮았다고 고 씨는 말한다. 그는 “발작을 해도, 뚱뚱해도, 그런 외양 속에 순정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간질을 통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며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20∼22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금 오후 8시, 토 오후 4시 오후 7시 반, 일요일 오후 4시. 2만5000원. 1577-7766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