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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안된 ‘저질정보’ 홍수… ‘검색’도 헤맨다

입력 | 2008-06-12 03:04:00


‘광우병’ 치면 임신부-번역서비스업체 홈페이지 뜨기도

여과 - 자정 기능 없어 ‘낭설’도 ‘사실’로 둔갑 혼란 키워

이달 초순 포털사이트 다음의 여론광장 ‘아고라’에 ‘살인경찰’이라는 제목의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은 ‘1일 새벽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 참가했다가 한 20대 여성이 전경에게 목이 졸리는 것을 봤다. 죽은 것 같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글과 사진은 역시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퍼졌고 ‘폭력경찰’ ‘살인경찰’이란 비난 여론도 확산됐다. 그러나 이튿날 경찰 조사 결과 쓰러진 사람은 호흡 곤란을 일으킨 경찰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결국 구속된 최모 씨는 “확실하진 않지만 그런 것 같아 보여서 인터넷에 올렸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흔히 ‘정보의 바다’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 바다에는 정보의 옥석(玉石)을 가리는 검증 도구도, 잘못된 정보를 모아서 버릴 쓰레기통도 없다.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날로 커지고 있어 작은 개인들의 지식이 모여 ‘집단 지성’의 힘으로 발현되는 인터넷의 사회적 순기능까지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검증 시스템이 없는 정보의 바다

지난달 초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 창에 ‘광우병’을 치면 광우병과 전혀 관계없는 임신부 관련 사이트, 통번역 서비스업체 홈페이지 등이 검색돼 누리꾼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스폰서링크로 등록하면서 가장 인기 있는 키워드를 관련 검색어로 올려 누리꾼을 끌어들이는 부도덕한 상술인 셈이다.

한 현직 의사는 “인기 검색 서비스로 자리 잡은 네이버의 ‘지식인(iN)’도 의학지식과 같은 전문지식 중에는 그대로 믿어선 안 될 잘못된 정보들이 꽤 많다”며 “이를 바로잡을 정보들을 올려도 허위 정보들과 구별되지 않고 ‘많은 정보 중 하나’로 묻혀버린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06년 한 연구보고서에서 “몸이 아픈 이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인터넷 지식검색에 나와 있는 자신의 병과 관련된 정보들을 의외로 쉽게 믿는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지식검색 내용이 틀려서 피해를 본 경우가 16.7%로 조사됐다. 누리꾼 6명 중 1명은 부정확한 인터넷 정보를 믿었다가 낭패를 본 셈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온라인상의 가짜 정보들은 게시판과 블로그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기 때문에 최초의 게시자를 밝혀내 정보의 왜곡을 막는 게 너무 어렵다”며 “이런 허위정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막대하지만 그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의 노출 순위를 지정해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포털들은 “우리는 정보를 배치할 뿐 그 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 ‘열린 공간’ 무색한 마녀사냥도

부정확하고 정제되지 않은 정보의 과잉은 사실 여부나 논리적 근거와는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믿거나 믿고 싶은 정보=맞고 옳은 정보’라는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터넷 토론방이나 게시판의 각종 논쟁에서 대다수가 믿는 내용과 다른 글이 올라오면 “여기 알바 추가요(‘아르바이트생이 돈을 받고 쓴 글이 뻔하다’는 뜻)”와 같은 악플(악의적인 댓글)이나 비난이 쏟아지기 일쑤다.

이 때문에 이른바 ‘진보적 언론학자’들 사이에서도 “인터넷업계가 악플의 표현 자유에는 너그러우면서 그 때문에 박탈되는 표현의 자유에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는 자성론(自省論)이 나온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이 ‘열린 공간’이라고는 해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마녀사냥’식으로 몰리기 일쑤”라며 “‘침묵하거나 혹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다수’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의 오류나 여론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포털 등은 토론방 본래의 의미가 살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찬반 토론방을 따로 운영하며 각각의 여론을 취합하고 정리해주는 중재자를 둔다면 양편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