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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 세워진 명예의 전당

입력 | 2008-06-12 09:08:00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유행인 시대다. 메이저리그의 기원은 진위 여부가 극히 불명확하지만 이 스토리텔링(이야기 만들기)에 딱 부합하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논하는 책에 따르면 1839년 애브너 더블데이 장군이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이란 곳에서 최초의 야구경기를 행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사실 관계야 어찌됐든 이 이야기는 허구(픽션)라는 것이 정설이다. 더블데이 장군이 야구를 했다는 객관적 사료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대중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현실이다. 그 결과 쿠퍼스타운이란 촌 마을엔 명예의 전당이 건립됐고, 해마다 한 차례씩 헌정경기가 개최된다. 스토리텔링이 상품화에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쿠퍼스타운은 뉴욕 맨해튼으로부터 자동차로 5시간 거리에 위치한 시골 마을이다. 이 마을이 전 세계 야구팬들의 성지로 떠오른 이유는 순전히 이곳에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이 있어서다.

명예의 전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정면에 당해 헌액을 허가받은 선수들의 인형이 전시돼 있다. 현재까지 260여 명의 주요 야구인이 헌액돼 있는데 주로 선수지만 감독, 심판, 구단 관계자를 망라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 요건은 현역 은퇴 후 5년이 경과한 선수를 대상으로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끝내 기자들의 지지(75)를 얻는데 실패하더라도 원로위원회를 통해 입성할 여지는 있다.

명예의 전당이 새 가입자를 받아들이는 날, 쿠퍼스타운은 1년 중 가장 북적거리는 축제 무드에 휩싸인다.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정된 선수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비롯해 선수의 영예를 축하하고 칭송하기 위한 사람들이 몰려든다. 광대한 잔디에 설치된 무대에 감독과 은사, 친구, 가족이 함께해 명예의 전당 입성자의 연설에 귀를 기울인다. 일세를 평정한 대스타라도 이 순간만큼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연설을 하곤 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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