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어떤 팀 컬러를 선호하느냐고 물었을 때 국내 스포츠 팬 중에서 공격축구, 공격야구보다 수비축구나 관리야구가 더 재미있다고 대답할 팬은 거의 없다.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많이 팔린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프로리그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공격적인 팀 컬러를 만드는 것부터 생각해보자. 우선 팀 전력에서 공격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런 선수를 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공격의 상징인 야구의 홈런, 축구의 득점 기록을 보면 상위랭킹은 거의 외국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렵게 공격력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다음 관문은 필드에서 전권을 행사하는 감독의 취향이 공격적이어야 한다. 어느 감독인들 공격적 팀 컬러로 화려하게 이기고 싶지 않을까마는 멋 부리다가 자꾸 지면 목을 내놓아야 하는 게 감독들의 운명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오버하다가 승률을 까먹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되니 져도 좋으니 멋있게 해달라는 말은 함부로 꺼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구단이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선수연봉 평가시스템을 공격에 초점을 맞추어 놓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대개의 선수평가시스템은 선수의 플레이를 점수화하고 점수를 돈으로 환산하는 두 단계를 거쳐 결정된다. 공격적인 플레이에는 플러스 점수를, 소극적인 플레이에는 마이너스 점수를 많이 주는 방식이다. 프로선수는 생리상 돈 많이 생기는 플레이를 펼치게 마련이므로 어느 정도 효과가 생기게 돼있다. 다만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예상되는 결과를 충분히 검토한 후 평가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야구에서 삼진도 헛스윙 삼진과 스탠딩 삼진 두 종류가 있는데 서서 먹는 삼진이 당연히 더 소극적으로 보인다. 보다 적극적인 타격을 유도하기 위해 서서 먹는 삼진에 마이너스 점수를 더 주면 공 지나가고 난 뒤에 스윙 하는 아주 계산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외에도 종목에 따라 리그 차원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기회를 다득점 팀에 파격적으로 더 주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경기의 질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나같이 쉬운 방법은 아니지만 소비자 취향을 도외시하는 제품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현명한 방식을 나름대로 찾긴 해야 할 것이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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