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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유병규]백수 家長100만명에게 웃음을

입력 | 2008-06-13 02:58:00


국내 남성 가장 중 직업이 없는 사람이 200만 명에 이르렀다. 국내 기혼 남성이 120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할 때 여섯 가정 중 한 곳은 무직 가장인 셈이다. 이 중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소일하는 ‘백수’ 가장은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경기가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청년 백수’에 이어 ‘가장 백수’가 넘쳐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사회 불안-정치 불만 증폭시켜

백수 가장이 넘치면 경제 사회 정치적인 불안정성이 심화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역시 가정 경제가 피폐해지는 일이다. 이는 국내소비를 줄여 경기침체의 골을 깊게 하고 체감 경기도 악화시킨다. 경제적 측면 못지않게 사회적 부작용도 심각하다.

우선 교육격차가 확대돼 소득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정경제 불안은 가정파탄의 직간접적인 원인도 된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이혼율이 급등해 아시아 최고 수준이 된 것은 경제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손가정의 증가는 청소년 교육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청소년 범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장의 무력화는 정치적인 불만의 소리도 증폭시킨다.

남성 가장의 실업이 늘어나는 데는 고소득 전문직 여성이 급증한다는 사회구조 변화 측면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상위 소득 여성 근로자가 아직은 제한적인 상황임에 비추어 볼 때 백수 가장이 늘어나는 근본 원인은 국내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에서 찾아진다. 우선 국내경제의 전반적 고용창출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1% 성장 시 6만∼7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5만 명 내외까지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등으로 기술 집약적 산업이 성장하고 부품소재업이나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취약해 내수경기가 살아나질 않아 고용창출 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투자부진 상태에 빠져 있어 성장 잠재력도 크게 약화됐다.

최근에는 고유가와 세계경기 둔화 등으로 경기침체에 대비해 신규 채용이 줄어들어 일자리 창출을 더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금융권 등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따라 정년 연령이 40, 50대로 갈수록 낮아지는 현상도 남성 가장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고용 정보망의 취약으로 노동시장에서 적당한 재취업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가장의 근로의욕을 상실케 한다.

가장의 경제적 권위를 살려주기 위해서는 내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다. 하루속히 국회가 정상화되어 기업규제 법제들이 정비돼 기업 투자가 하반기부터는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업 육성전략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경제 전반의 구조적 문제들이 개선되는 과정에서는 고용수급의 불일치로 인한 실업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실시 중인 산업별, 직업별 일자리에 대한 전국 전산망을 구축하고 이를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제 정비-재취업 시스템 마련을

특히 교육비 등 각종 생활비 수요가 가장 많은 중장년층 가장들을 위한 재취업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한 일본처럼 지역 단위별 특성에 맞는 고용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의 구조조정 정책이 무조건적인 퇴출보다는 업무 조정이나 임금 피크제 도입 등을 통해 업무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보완돼야 한다.

여성의 경제력이 우월해 남성이 가사를 돌보는 일도 이제는 이상하게 보지 말아야 백수 가장의 정신적 부담감이 줄어든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