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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자율규제’ 美의회도 팽팽

입력 | 2008-06-13 02:58:00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을 미국 업계가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쇠고기 산지인 ‘쇠고기 벨트’ 출신 미국 의원들 사이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주무 상임위원장인 맥스 보커스(몬태나 주) 상원의원은 11일 “공은 한국에 넘어가 있다”며 “한국과 미국은 합의를 했고 양측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커스 의원은 10일 미 상공회의소 연설에서도 “한국이 여론의 압력에 직면해 미국산 쇠고기를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며 “의회로서는 FTA를 통과시키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존 순(사우스다코타 주) 상원의원은 10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한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는 것을 지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우선적으로) 월령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받아들인다면 4월 18일 이뤄진 합의를 재협상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귀국한 한나라당 방미 대표단이 전한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황진하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의회는 행정부보다 이번 사태 해결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미 의원들은 지역구민의 뜻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 달라는 솔직한 심정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협상 요구의 목소리가 한국에서 높다는 뜻을 전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재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우리도 한국車 수입금지… 주한미군 즉각 철수시켜라”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한국의 대규모 촛불집회를 다룬 워싱턴포스트 인터넷 홈페이지의 11일자 기사에는 5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ID ‘edbyronadams’는 “이제 한국 사람들은 미군의 주둔 없이 북한 사촌들을 상대할 때가 왔다. 미군을 즉각 철수시키라”고 주장했다. ‘Elipeyton’도 “미군을 모두 철수시켜 한국이 북한의 사이코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썼다.

한국산 자동차 수입을 금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drobb1’은 “우리는 한국산 자동차 수입을 금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고 적었다.

한국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댓글도 있었다. ‘StuartMcFarlane’은 “한국 음식은 기름기가 많고 냄새가 난다”고 적었다.

CBS방송 홈페이지에는 “한국은 개고기를 먹는 야만적인 나라”라고 매도한 글도 있었다. 이런 비판적 댓글에 맞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의 글도 많이 올랐다. 서울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밝힌 ‘parkjeho’는 “정부는 자국민의 먹을거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현 대통령은 그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kyungho’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