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에서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의 가치가 커진다. 인터넷 기술의 개척자 밥 메트컬프의 이름을 딴 이른바 ‘메트컬프의 법칙’이다. 그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가자 수의 제곱으로 증가한다. 어렵게 설명할 것도 없다.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정보와 함께 영향력도 배가된다. 인터넷의 이런 속성은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민주주의 가치와도 부합한다. 원론적으로 국민이 정치과정에 많이 참여할수록 민주주의는 증진된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직접민주주의를 할 수는 없기에 대의(代議)민주주의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대의민주제하의 국민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국민이 자유로운 시기는 오직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기간뿐”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민심(民心)과 정치 사이엔 시간적 괴리가 나타난다. 인터넷은 수시로 바뀌는 민심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다수결 원칙을 넘어 다수의 횡포로 바뀔 수 있듯이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서는 권력기관이 정보를 독점하거나 신문과 같은 올드미디어가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학자 코라도와 파이어스톤은 “인터넷은 관료, 정치인, 이익집단에 의한 정보의존도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반면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유통이나 댓글을 통한 여론몰이의 위력은 엄청나다. 이런 환경이 군중심리를 자극해 포퓰리즘을 부르게 된다.
▷소설가 이문열 씨가 “촛불집회는 본질은 위대하면서도 한편으로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되기 어려운 일을 되게 한 점에서는 위대하고, 또 다른 중요한 문제에 이런 현상이 통한다면 끔찍하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포퓰리즘의 특징 중 하나가 대중의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 판단의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익명성이란 보호막을 두른 인터넷 공간에선 사안에 대한 냉철한 접근보다는 감성이 힘을 발휘하기 쉽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의 인터넷 문화가 민주주의의 보루가 될 것인가, 포퓰리즘의 진원지가 될 것인가가 촛불집회로 시험대에 올랐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