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빙쿤 대만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왼쪽)과 천윈린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이 12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9년 만에 이뤄지는 역사적인 양안 회담에 많은 나라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兩岸 9년만에 대화재개… 내달부터 전세기 운항 합의
中주민의 대만 직행관광도 허용… 정상 상호방문 논의
다음 달부터 중국과 대만 사이에 사상 처음으로 주말 전세기가 오가고 대륙 주민들이 대만을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게 된다.
12일 홍콩 펑황(鳳凰)위성TV 등 홍콩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는 이날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장시간 회담을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해협회는 형식상으로는 민간기구지만 중국 정부를 대표하고 해기회도 대만 정부를 대표하는 반관(半官)기구다.
양회는 다음 달 4일부터 중국의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샤먼(廈門) 등 4곳에서 출발하는 주말 전세기를 운항하되 당분간은 직항하지 않고 홍콩 항공식별구역을 통과해 운항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세기가 직항할 경우 방공망이 뚫릴 수도 있다는 대만 군부의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측은 적당한 시기에 협의를 거쳐 우회 항로를 직항으로 바꾸기로 했다.
양측은 또 중국 주민의 대만 직행 관광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하루 관광객을 3000명 선에서 제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중국 주민은 홍콩 마카오나 제3국을 경유해야만 대만 관광이 가능했다.
양회는 양쪽 정상의 상호 방문과 중국이 이미 약속한 판다의 대만 기증 문제도 논의했다. 이와 함께 비자 발급 등 교류 확대에 따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베이징과 타이베이(臺北)에 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양회는 ‘쉬운 것부터 먼저’라는 원칙에 따라 앞으로 여객 직항 노선을 늘리고 화물전세기와 해운 직항, 공동 범죄단속, 대만에 대한 중국의 금융 개방, 국제무대에서의 대만의 활동 공간 확대 순으로 점차 논의 대상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양측은 평화협정 체결 문제나 미사일 배치 등 민감한 정치 군사적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천윈린(陳云林) 해협회 회장과 장빙쿤(江丙坤) 해기회 이사장은 13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한 뒤 오후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양회의 회담은 1999년 7월 대만의 리덩후이(李登輝) 당시 총통이 “양안 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라며 ‘양국론’을 주장하면서 중단된 이래 9년 만에 다시 열렸다.
한편 미국은 최근 대만에 판매하기로 한 F-16 전투기와 미사일 등 120억 달러(약 12조3600억 원)에 달하는 첨단무기 판매를 보류했다고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디펜스 뉴스는 미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 국무부가 양안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승인해 달라는 의회 심의신청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