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레저 쪽을 오랫동안 취재한 기자들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아주 근사한 곳을 알게 되면 고민에 빠진다.
기사를 쓸 것인지 아니면 혼자만 알고 있을지를 놓고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은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런 곳이 기사로 소개되면 찾는 사람이 많아져 환경이 훼손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
기자는 레저 분야를 1년 가까이 취재했지만 이런 갈등 때문에 고민한 적은 없다. 가족이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나 여행 가기 좋은 장소를 알게 되면 ‘빨리 기사로 알려야지’ 하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곳을 아는 사람만 가고, 있는 줄 몰라서 못 가는 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난주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 취재를 다녀온 뒤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수목원으로 들어가는 길 주변에 있는 밑동만 남은 채 베어진 나무가 눈에 띄었다. (사진)
‘나이 들어 수명이 다 했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에 시달리고 서투른 운전자가 모는 차에 부딪히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시달리다가 하나 둘씩 죽어 가 밑동만 남게 됐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다른 잣나무도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던 것이었다. 수백 년 전부터 터를 잡아 온 나무는 안중에도 없이 길이 좁아서 불편하다며 길을 넓혀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수목원 측 설명이었다.
수목원 앞을 지나가면서 길이 예쁘다는 생각만 했지 이런 아픔이 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고 나니 기사 쓰는 게 덜컥 겁이 났다. 비록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기는 하지만 내가 쓴 기사로 국립수목원이 다시 주목받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되고 결과적으로 숲은 자동차가 뿜어내는 배기가스와 자동차 충돌 등 환경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많아지면 좁은 길을 더 넓혀 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1997년 이후 11년 만에 재개된 토요일 수목원 개방이 금세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이런 걱정을 하면서도 기사를 썼다. 독자들을 믿기 때문이다. 즐거운 나들이 길에 숲 보호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황진영 산업부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