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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산책]“방송출연이냐 훈련이냐” 올림픽팀 속앓이

입력 | 2008-06-13 03:00:00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운동을 해야 하나 말이죠.”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 선수는 올해 방송국의 한 인기 예능 TV프로그램에 동료 선수들과 출연했습니다. 추운 겨울날 간단한 차림으로 녹화에 참여한 그는 10시간 동안 촬영에 임했습니다.

그 다음 날 그는 훈련을 하면서 몸에 이상을 느꼈습니다. 오랜 시간 추위에 떨다 보니 근육이 굳어버린 것입니다. 그를 비롯해 동료 선수들도 똑같은 증상을 보였습니다. 결국 그들은 일주일 동안 스케줄에 맞춘 훈련은 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컨디션을 찾기 위해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는 “출연 전 내부에서도 반대와 찬성이 엇갈렸어요. 비인기 종목으로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밝혔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을 전후로 비인기 종목은 요즘이 언론 등 외부에 종목과 선수들을 홍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그들은 방송 출연과 인터뷰를 하면서 귀중한 훈련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도, 감독도 그리고 협회에서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올해 태릉선수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선수촌에는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한 선수촌 관계자는 “지난해 선수촌 외부방문자는 하루에 한 명 정도였다. 요즘에는 많게는 20명이 넘는 사람이 찾아온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난해보다 3, 4배는 많은 사람의 이름이 선수촌 정문 경비실에 있는 방문자 목록에 적혀 있었습니다.

한 대표팀 감독은 요즘 취재 요청과 각종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단체의 부탁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몇몇 대표팀 감독은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가 휴대전화에 뜨면 아예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떤 종목의 대표팀 전원은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 얼마 전 태릉을 떠나 외부로 나갔습니다.

올림픽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훈련에 집중해야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수들과 감독들. 그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