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미분양 한파 속에서도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 GS건설이 서초구 반포동의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총 3410채의 반포자이 아파트. 사진 제공 GS건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반포자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이곳을 찾은 30, 40대 주부 1100여 명의 질문에 답하느라 분양 상담사 13명은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전화 문의도 폭주하면서 모델하우스 안에 있는 전화기 16대가 한동안 불통이 되기도 했다.
GS건설이 최근 서초구 반포동에서 일반분양한 반포자이 아파트 559채(총 3410채) 중 297m²(90평형) 9채를 뺀 84m²(25평형), 116m²(35평형)가 평균 2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됐다. 이상주 반포자이 모델하우스 분양소장은 “새 아파트로 옮기려는 기존 강남권 거주자와 목동, 용산 등에서 강남으로 진입하려는 수요자가 많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서울 강남권의 고가(高價) 아파트가 사실상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된 데 대해 부동산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서울 강남권의 ‘블루칩’ 아파트에 대한 대기 수요는 여전히 많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 3.3m²당 3100만 원대 고분양가 논란도
GS건설은 당초 분양에 나서면서 미분양을 우려했다.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의 강남권에도 이미 미분양 아파트가 적지 않은 데다 반포자이는 후(後)분양제가 적용돼 계약한 뒤 6개월 안에 분양가를 모두 치러야 하기 때문이었다.
116m² 기준으로 분양가가 3.3m²당 3100만 원대로 반포동의 아파트 시세보다 약 300만∼500만 원 높아 고분양가 논란에도 휩싸였다. 2003년 입주한 서초구 잠원동의 ‘이수브라운스톤’ 아파트보다 3.3m²당 약 200만 원 높은 가격이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이 아파트가 악조건에도 선전한 것은 당분간 강남권에 대단지 아파트 공급이 힘들 것으로 수요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상품만 좋다면 강남권의 중소형 아파트에 진입하려는 대기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부촌(富村) 형성 관심
일부 전문가는 이번 분양을 계기로 반포동이 강남구 압구정동, 도곡동 등에 이어 서울의 새로운 부촌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의 ‘반포래미안’ 아파트(2444채)가 조만간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 밖에도 고급 아파트로 재건축할 수 있는 단지가 많기 때문이다. 잘 갖춰진 교육시설, 교통망, 생활편의시설 등의 조건도 부촌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잠원동의 양지공인 이덕원 사장은 “반포대교만 건너면 용산의 국제업무지구가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의도의 오피스 증가, 강남역 삼성타운 활성화 등으로 반포동은 배후주거지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임 사장은 “반포는 입지면에서 압구정동이나 도곡동을 뛰어넘기는 힘들다”며 “앞으로 기존 부촌의 약 90%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강남권 하락세 이끌 수도
반포자이의 일반분양 물량이 높은 가격에 분양되면서 주변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층(5층 이하)으로 지어진 반포의 주공 1단지를 재건축했을 때 일반분양 물량을 분양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줬기 때문이다. 다만 분양가상한제 도입 전에 사업이 추진된 반포자이와 달리 그 이후 추진된 재건축 아파트는 분양가를 충분히 높일 수 없다는 게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반포자이 당첨자들이 기존에 살던 강남권 아파트를 내놓으면서 이 지역의 급매물이 늘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반포자이는 고가 아파트인 만큼 강남권의 갈아타기 수요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요즘같이 거래가 잘 안 이뤄지는 상황에서 6개월 안에 살던 집을 팔려면 가격을 많이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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