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쳤고, 엎어졌는데 코가 깨졌다.
최근 연패의 수렁에 빠진 롯데가 하늘의 질투와 심판의 오심까지 겹치며 패수 하나를 더 추가했다. 5연패의 롯데는 12일 잠실 두산전에서 초반 선수들이 필사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리드를 잡았다. 3-2로 앞서던 5회초 강민호의 2루타로 1점을 추가하며 스코어를 4-2로 벌렸다.
계속된 1사 2루. 첫 번째 시련은 하늘이 내렸다. 카림 가르시아 타석 때 폭우가 쏟아지며 경기가 23분간이나 중단됐다. 1차적으로 분위기가 식은 셈. 그러나 가르시아는 경기가 속개된 뒤 사실상 유격수쪽 깊숙한 내야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젖먹던 힘을 다해 뛴 가르시아의 발은 유격수 송구가 1루수 안경현의 미트에 들어가기 전 1루를 먼저 밟았다. 그런데 여기서 오석환 1루심이 힘차게 아웃판정을 내렸다. 흥분한 가르시아가 펄쩍펄쩍 뛰며 항의했지만 한번 내려진 아웃 판정이 바뀌기는 어려웠다.
1사 1·3루의 찬스였다면 1점을 더 추가해 승기를 움켜쥘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같은 판정 이후 롯데는 사기가 꺾였다.
아니나 다를까. 장원준은 5회말 동점을 허용한 뒤 강판됐고, 후속 투수들도 둑이 터지듯 무너지며 5회말에만 6점을 내줘 순식간에 4-8로 역전됐다. 연패에 빠진 팀일수록 주변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판정 하나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실력이지만 롯데는 그럴 힘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롯데는 역전을 당한 뒤 선수들이 거의 자포자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심판의 판정 하나에 분위기가 바뀌고, 경기가 뒤집히자 선수들로서는 더더욱 마음이 허탈했던 모양이다.
화재시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해 불길이 꺼진 듯하다 산소가 갑자기 다량 공급될 때 연소가스가 순간적으로 발화하는 현상을 ‘백드래프트’라고 한다. 우천중단이 1차 쇼크였다면 오심은 롯데를 6연패의 재앙으로 밀어넣은 ‘백드래프트’였던 셈이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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