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달 대한배구협회장이 현실성 없는 대안 제시로 비난을 사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녀 동반 탈락으로 불거진 한국 배구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장 회장이 내놓은 대책은 ‘협회-한국배구연맹(KOVO) 통합론’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배구인들의 판단이다.
장 회장은 12일 기자 간담회에서 “협회와 연맹이 따로 움직여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긴밀한 업무 협조를 위해 양측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KOVO와는 사전에 전혀 논의가 없었다. KOVO의 반발만 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장 회장은 “사실 KOVO를 잘 모른다. 대화한 적도 거의 없었다”고 답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물론 배구인들은 ‘프로와 아마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 남녀 배구의 몰락도 일부 구단의 비협조가 큰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임 감독, 선수 차출규정 변경 등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해법 없이 ’생뚱맞게‘ 기구 통합을 먼저 꺼냈으니,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장 회장은 “1년전 쯤 관련 소위원회를 구성한 적이 있다”고 했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했다.
이사진 인선도 문제였다. 다음주 초 이사회에서 추인 받을 이사진 명단을 살펴보면 과연 반성하는 자세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책임져야 할 전무이사가 신임 부회장에 오르는 등 인사는 오히려 거꾸로 됐다. 이에 장 회장은 “승진인사가 아니다. 현 집행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최소한의 명예를 위해서이다”고 설명했으나 공감을 사지는 못했다.
협회는 10일 책임을 통감한다며 상임 이사진이 모두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어처구니없게도 ‘돌려먹기식’ 인사를 단행했다. 뼈를 깎는 반성과 노력을 기울여도 시원찮을 판에 또 한번 배구팬들을 우롱한 것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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