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조합원 1000여 명이 13일 국내 최대 컨테이너 부두인 부산항 신선대 기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경들이 배치돼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했다. 부산=연합뉴스
전국의 물류가 멈춰서기 시작했다. 부산항과 광양항, 평택항에서 화물차량이 작업을 하지 않아 수출입에 차질을 빚었다.
충북지역의 시멘트 공장은 화물차량이 오가지 않아 평소와 달리 썰렁한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건설경기가 타격을 받게 됐다.
▽부산항=13일 오후 남구 북항 주변 도로. 컨테이너 화물 수출입의 길목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왕복 6~8차로 가운데 4~6개차로는 컨테이너 화물차량 수백 대로 가득 찼다. 앞 유리에 '화물연대'라는 노란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비조합원 차량도 많았다.
비조합원 김모(40) 씨는 "정치적 파업이 아니라 먹고 살 문제를 걱정하는 생계형 파업이어서 이번엔 동참했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컨테이너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부두로, 번영로, 동서고가도로 등 시내 주요 간선도로도 한산했다. 화주에게서 웃돈을 받고 운행 중인 트레일러만 간혹 눈에 띄었다
이번 주 초부터 수출물량 수송에 어려움을 겪은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자동차부품업체 A사 대표 신모(46) 씨는 "중소 제조업자는 정말 죽을 지경이다"고 한숨만 뱉었다.
매주 1~2차례씩 부산항을 이용해 미국으로 물량을 보내야 하지만 운송할 방법이 없어 화물차주에게 웃돈을 주고 부탁했는데 전면 운송거부로 어렵게 됐다고 그는 하소연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부두인 부산 남구 용당동 신선대 부두 입구. 화물연대 조합원 1000여 명이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외쳤다.
모 부두 운영회사 관계자는 "부산항이 마비되면 국내 수출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발이 묶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항과 광양항=5일째 파업이 이어진 평택항은 13일 화물운송이 완전히 마비됐다. 동(東)부두 진출입로 양쪽에 빈 트레일러가 늘어선 가운데 가끔씩 빈 트레일러가 오갔다.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에는 평소 2~3단 높이의 두 배에 이르는 5~6단 높이로 컨테이너가 쌓여있었다.
수도권 화물 운송의 거점인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 역시 한산했다. 컨테이너기지를 관리하는 경인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따르면 오후 3시까지 출하된 컨테이너는 1900개로 평소 처리량인 7000개에 크게 못 미쳤다.
광양항 인근 도로에는 화물차 600여 대가 멈춰 있다. 하루 평균 5100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지만 12일에 960여개, 13일에 900여개로 크게 줄었다.
광주지부 조합원 300여 명은 이날 하남 산단 9번 도로에서 2.5㎞를 행진한 뒤 천막농성을 계속했다.
삼성광주전자는 10일 부분파업이후 화물차량 92대를 임시로 빌려 제품을 수송했다. 하지만 13일 광양항 진입로가 막혀 컨테이너 230개 규모의 수출품을 보내지 못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스포티지 뉴카렌스를 비롯해 하루 1500대의 차량을 출하했으나 '글로비스' 소속 화물차 74대가 모두 파업에 나서 발이 묶였다.
한일시메느, 아시아시멘트, 성신양회 등 충북 지역의 시멘트 업계는 육로운송의 30~40%를 맡던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운송거부에 참여해 화물수송량이 크게 떨어졌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