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다.
프랑스 수산업자들은 항만 봉쇄 투쟁을 벌이고 영국의 운수업자들은 화물운송업의 사망을 의미하는 관 시위를 하며 도로 교통을 마비시키고 있다. 한국의 화물연대도 파업에 돌입했다.
삼겹살 1인분이 갑자기 1만 원으로 오르는 현실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오름세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7년 만에 최고라는 정부 발표보다 더 거세다.
선진국들도 지난해 이맘때의 물가 상승률은 1∼2%대였으나 이제는 3∼4%대로 껑충 뛰었다.
그동안 실물경제에 그다지 큰 충격을 주지 못했던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임계점을 분명히 넘어섰다.
유가가 100달러 위로 올라선 순간 그동안 실물경제가 유지해 오던 저물가-안정성장의 균형이 깨지고 만 것이다.
드디어 자가용 차량 운행이 감소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자전거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며 이제 물류조차 멈춰서고 있다. 이렇게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살아나 석유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생산 활동 역시 가라앉고 있다.
임계점을 넘어선 유가는 석유 공급 부문에서도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심해 유전 개발이 추진되는가 하면 북극 해저에 묻힌 엄청난 석유와 가스를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벌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 폭등이 가져온 이러한 수급 상의 변화는 결국 장기적으로 가격의 원상회복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단기로는 유가가 추가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지금의 유가 상승세는 유가 상승 곡선의 종반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종내 유가가 안정돼 주식시장도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970년대 오일쇼크로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은 유가 안정 이후에도 수년씩 지속되며 주식시장의 약세를 유발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면서 물가와 임금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고유가 충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듯이 인플레이션을 대하는 지구촌 사람들의 움직임은 사회적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강 성 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