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단백질 이야기/D. T. 맥스 지음·강병철 옮김/444쪽·1만6500원·김영사
이탈리아의 한 가문에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탈진해 죽어가는 희귀병이 2세기에 걸쳐 계속 발생한다. 산업혁명 시기 영국에서는 양들이 끔찍한 가려움 증세를 보이며 비틀거리다 죽는 스크래피 병에 걸렸다. 20세기 중반 파푸아뉴기니의 원시부족 포레이족의 여자와 아이들은 걷지 못하며 사팔뜨기 눈을 하다 경련을 일으키는 쿠루병에 감염된다.
이 이상한 병의 원인을 푸는 단서는 ‘프리온’에 있다. 프리온은 ‘작은 단백질로 된 감염성 입자’로 특정 요인에 의해 변형을 일으켰을 때 질병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치명적가족성불면증, 양의 스크래피 등 ‘프리온 질병’으로 불리는 병들의 발생 배경을 훑는다. 이들이 프리온과 연관됐다는 점을 밝혀내는 연구 과정도 흥미진진하게 설명된다. 하지만 우리 몸에 있는 수만 종의 단백질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는 만큼, 프리온 질병도 밝혀내야 할 것이 많다.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이 수십 년간 동종교배됐다는 사실과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 다른 가축의 뼈와 고기로 만들어진 사료를 먹었다는 점 등은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탐욕을 경고하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