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자 A12면 기사 ‘섬뜩한 사이버인격 살인’을 읽고 이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인터넷의 어두운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착잡했다.
어느 중학교 교사가 수업 중 발언한 내용이 확인 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채 포털사이트를 통해 확산되면서 수많은 당사자와 그가 속한 직장이 누리꾼들의 항의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아 큰 충격에 휩싸였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인터넷의 부작용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싼 촛불시위가 계속되면서 촛불시위 반대자 내지는 경찰에 대한 사이버테러가 심각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진압 전경을 사회에서 매장시키자고 선동하고 진압 경찰의 개인 홈페이지에 욕설을 올려 해당 경찰을 자괴감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과거 악의적인 댓글(일명 ‘악플’) 때문에 연예인이나 청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것은 일부 누리꾼들만의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광범위하게 죄의식도 없이 자행되고 있다.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식 인신 공격은 민주주의로 위장한 대중의 폭거다. 이런 후진 인터넷 문화는 개선돼야 한다. 촛불시위가 민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비겁한 사이버테러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사이버인격도 현실 속의 인격만큼 가치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이용률을 자랑하는 한국의 위신에 걸맞을 것이다.
이재진 퇴직 교사·경기 군포시 산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