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농업 금융지원 중단 → 곡물생산 감소 초래” 주장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요즘 세계적인 식량위기 해결책을 마련하느라 연일 분주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두 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구조를 조정하며 농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도록 한 것이 식량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주장한다.
IMF와 세계은행이 식량위기의 해결사가 아니라 오히려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내셔널저널 최신호는 “IMF와 세계은행은 1980∼1990년대 재정위기를 맞은 개도국들에 돈을 빌려주고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광범위한 개혁을 요구했다”며 “이 때문에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이 줄어들어 소규모 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세계은행의 조사 결과 14개 개도국의 정부 예산에서 농업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평균 6.9%에서 2004년 4%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IMF와 세계은행은 개도국 정부에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줄이고 대신 선진국의 값싼 농산물을 수입해 재정 지출을 줄이라고 설득했다”며 “하지만 이런 조언은 앞날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농업구조가 취약해진 상태에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자 개도국들은 곧바로 식량부족을 겪게 됐다는 분석이다.
싱크탱크와 시민단체, 학계도 IMF와 세계은행을 비판하고 있다.
왈덴 벨로 필리핀국립대 교수는 미국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IMF와 세계은행의 요구에 따라 아프리카 국가들이 비료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고 농민들에게 금융지원을 중단하면서 곡물생산 감소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1960년대 후반에는 연평균 130만 t의 곡물을 수출할 정도로 곡물 생산에 여유가 있었던 아프리카가 지금은 전체 식량의 25%를 수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럽 5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유럽개발·부채네트워크(EURODAD)도 “두 기관은 개도국 농업경제를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꾸려고 했다”며 “이는 원칙적으로 옳지만 농업구조가 취약한 개도국에서는 생산 감소와 농업 주권의 약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