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이 똥꼬에게/박경효 글 그림/36쪽·9000원·비룡소(4∼7세)
입은 자기가 무척 자랑스럽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기도 하고, 엄마 아빠에게 뽀뽀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이 종알대는 자화자찬에 코, 눈, 손, 발 역시 자신이 중요하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뭐, 그럭저럭 인정해줄 만하다. 코는 향기로운 냄새를 맡아주고, 눈은 반짝이며 먹을 것을 찾아주고, 손은 이를 닦아주고, 발은 좋은 곳으로 자신을 데려다 주니까. 하지만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있다. 그건 바로 더러운 똥을 싸는 똥꼬!
“야, 똥꼬! 넌 냄새나는 똥이나 싸고, 생긴 것도 못생긴 게 하는 짓도 정말 더럽구나!”
입은 똥꼬 없는 세상을 꿈꾼다. 그와 한몸에 있다는 게 창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입은 똥꼬 없는 ‘향기로운 세상’에 도착한 꿈을 꾼다. 너무 신이 나 온갖 먹을 것을 먹었다. 하지만 똥꼬 없이는 그 음식물들이 입으로 도로 토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꼬’ 이야기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들에 대한 은유를 재미있게 다뤘다. 올해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