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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곤충은 재주꾼…‘한국 곤충기’

입력 | 2008-06-14 03:01:00

사슴벌레 - 사진 제공 진선북스


◇ 한국 곤충기/김정환 지음/400쪽·4만8000원·진선북스

‘온종일 잎사귀를 갉아먹는 대식가. 나방의 애벌레들은 그저 하루 종일 먹는 게 일과의 전부로 애벌레의 식욕을 얕봤다간 큰일 난다….’(‘나방의 애벌레’)

곤충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글들이다. 곤충 연구가인 저자가 전국을 누비며 한반도에 사는 곤충 900여 종의 생태를 담아냈다.

계절을 초봄·봄·초여름·여름·가을·겨울로 나누고 그 기간에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곤충의 생태를 상세히 소개한다. 그의 글에서 곤충은 징그럽거나 혐오스러운 대상이 아니라 한반도를 함께 살아가는 정겹고 친근감 있는 이웃들이다. 왕사마귀는 ‘근접전 사냥의 명수’이고 베짱이들은 ‘풀벌레 음악단’이다.

봄이면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사뿐히 날아오는 아름다운 나비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초여름이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잠자리 가운데 모습이 가장 출중한 ‘준수한 외모의 어리장수잠자리’가 야산을 날아다닌다.

여름에는 어김없이 파리가 등장한다. 파리는 앞날개 2장만 써서 날아다니는 유일한 곤충으로 공중에서 정지 비행을 할 수 있다. 윙윙대며 날아다니는 게 성가시기만 한 파리를 저자는 ‘앞날개로만 나는 비행의 재주꾼’이라고 치켜세운다.

가을·겨울이 되면 곤충들은 분주하고 바빠진다. 먹이가 귀한 때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바쁘게 꿀을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베짱이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수명이 다하기 전 열심히 알을 낳는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 곤충들은 무조건 많이 먹어둔다.

저자가 근접 촬영한 곤충 사진 2000여 장이 실려 있다. 너무 생생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놀라게 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