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자가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 논문 4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에 한꺼번에 발표됐다.
권성훈(전기공학부) 서울대 교수팀은 15일 반도체 소자 같은 복잡한 미세 구조물이 스스로 조립되도록 하는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머티리얼스' 15일자 표지논문으로 발표됐다.
권 교수는 "기판 바닥에 유체가 흐르는 미세 관을 만든 뒤 부품이 선로를 따라 움직이면서 원하는 위치로 이동해 스스로 조립하도록 만들었다"며 "실리콘 반도체를 비롯해 인공 조직을 만드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수(화학과) 포스텍 교수와 김우연 연구원(박사과정)은 나노 전자소자의 집적도를 1만 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15일자에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그래핀'이라고 하는 탄소 원자로 이뤄진 얇은 평면 소재를 이용해 슈퍼자기저항 소자를 개발했다. 김 교수는 "자기저항 효율이 커지면 기억소자의 집적도가 높아진다"며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기억장치를 대용량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와 포스텍의 백성기 총장, 한희 연구원(박사과정)도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로 각광받는 초고밀도 F램을 개발해 같은 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납과 지르코늄, 티타늄으로 이뤄진 극미세 복합산화물을 기판 위에 정렬해 F램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박사는 "고밀도의 F램이 상용화되면 전원 버튼을 누른 뒤 부팅 시간이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태영(물리학과) KAIST 교수도 세포 밖에서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을 재현하는 데 성공해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 15일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하택집 교수와 아이오와주립대 신연균 교수도 참여했다. 윤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을 이용하면 약이 어떻게 신경세포에 작용하는지 직접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