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걸음마 떼자마자 “mommy… 엄마…”
《“Good morning, Duckling class! Let's sing good morning song.”
(안녕하세요. 새끼 오리반 친구들! 다 함께 아침인사 노래를 불러 볼까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영어유치원 애플트리의 한 교실. 금발의 원어민 교사가 음악을 틀자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입술을 달싹이며 영어 노래를 옹알거리기도 했다. ‘제이, 트레이시, 아냐….’
바닥에 적힌 각자의 이름표 위에 앉은 아이들은 교사와 눈을 맞추며 20분짜리 ‘영어 수업’을 듣는 중이다.》
유아 전문 영어유치원 가봤더니
최근 영어유치원이 5세 이하 유아로 고객의 연령대를 낮추기 시작했다. 이른바 ‘유아 전문 영어유치원’의 등장이다. 이곳을 찾는 엄마들은 자녀가 ‘바이링궐(bilingual·2개 국어 능통자. 이 경우 한국어와 영어 능통자)’로 자라길 원한다. 일찍 공부를 시작해야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늘면서 유아 전문 영어유치원의 인기도 날로 치솟고 있다.
○ 유아 전문 영어유치원의 하루 생활
오전 9시 20분, 애플트리 영어유치원 앞에 셔틀버스가 멈춰 섰다. 이 버스의 의자에는 낙하산 줄을 연상하게 만드는 안전벨트가 설치되어 있어 아이가 안전하게 몸을 맡길 수 있다.
정규 수업은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2시 반까지다. 하루에 9과목(간식, 식사 시간까지 포함)의 수업을 듣는다. 집중력이 낮은 유아들을 위해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갰다. 배우는 과목은 미술, 음악, 체육 과학, 수학, 구연동화, 블록 쌓기 등으로 일반 유치원과 비슷하다. 거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한국어 수업이나 생활지도 등 일부만 한국어로 진행하고 있어 영어와 한국어 사용 비율은 80 대 20 정도다.
원생들은 18개월∼5세의 유아들. 학생 수는 65명이지만 교사는 20명이 넘는다. △18∼24개월 △25∼32개월 △4세 △5세 등으로 반을 나누고 한 반 인원은 최대 16명이다. 반마다 세 명씩 한국인 교사가 배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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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한국어를 고루 접할 수 있도록 주 담임 교사는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유창하게 사용하고 테솔(TESOL) 자격증 소지자다. 부담임 교사 2명은 유아교육 전공자다. 원어민 교사 2명이 영어 과학 음악 미술 등 절반 정도의 수업을 맡아서 진행한다.
요즘에는 놀이학교에서도 5세 이하 유아를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이들 학교는 영어를 한 과목으로 가르치는 데 비해 유아 전문 영어유치원은 영어를 사용해 일반 유치원에서 하는 신체활동, 사회성·창의성교육을 골고루 가르치고 있다. YBM 시사에서 운영하는 애플트리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서울국제어린이조기학교(ECLC) 등이 잘 알려진 유아 전문 영어유치원이다.
ECLC는 ‘Tree Tops’라는 이름의 유아 전문 영어유치원을 운영한다. 이 영어유치원은 두 살 반에서 네 살까지의 배변 훈련이 된 유아만 들어갈 수 있다. 단, 이 유치원에 들어가려면 자녀가 반드시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갓난아기 대기자 리스트 있을 정도로 인기
유아 전문 영어유치원의 등록금은 만만치 않다. 서초 애플트리의 경우 오전 9시 반에서 오후 2시 반까지 하는 정규 수업을 수강하면 한 달에 약 113만 원의 등록금(수업비, 급식비)을 낸다. 여기에 2시간 반짜리 방과 후 프로그램을 추가할 경우 32만 원을 더 내야 한다. ECLC는 1년 수업료 1780만 원에, 사는 지역에 따라 연간 281만 원에서 343만 원의 셔틀버스비를 추가로 내야 한다.
부담스러운 액수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도 많다. 26개월 된 아들을 애플트리에 보내고 있는 민현주(39) 씨는 구립·관립 어린이집이나 요즘 유행하는 놀이학교를 전부 둘러보고 나서 이곳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남편도 요즘에는 ‘엄마’와 ‘마미(Mommy)’, ‘아빠’와 ‘대디(Daddy)’를 섞어서 사용하는 아들의 모습에 흐뭇해하고 있다는 게 민 씨의 말이다.
네 살 된 딸을 ECLC에 보내고 있는 김남균(34) 씨는 “우리 가족의 경우 셋 다 미국 시민권자라 바로 입학할 수 있었지만, 아이만 미국 시민권자일 경우 ECLC 입학 대기자 리스트에 올려놓고 몇 년씩 기다리는 사람도 봤다”고 말했다.
매달 수강생을 받는 서초 애플트리에도 18개월이 안 된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서 수강료 일부를 내고 기다리는 엄마가 5, 6명 정도 된다.
김은숙 서초 애플트리 원장은 “부모는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또래 아이들보다 앞서가게 하고 싶어한다”면서 “유아기 때부터 영어를 배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영어와 한국어를 구분해서 말할 줄 알게 돼 장차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