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OECD 장관회의를 맞아
‘위키, 위키’는 하와이 말로 ‘빨리, 빨리’다.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대영백과사전을 침몰시킨 ‘위키피디아’는 하와이 말 ‘위키’를 차용해서 만든 ‘브랜드’다. ‘뉴 패러다임’사를 설립한 돈 탭스코트는 대중협업을 통한 대중경제의 출현을 설명하면서 ‘위키노믹스’라는 새 말을 자신의 책제목으로 올렸다. 이 책은 몇 년 동안 금광을 찾는 데 실패한 토론토의 작은 금광 골드코프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금광회사의 사장은 어떤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리누스 토르발스가 컴퓨터 운영체제 소스 코드를 세상에 공개한 뒤 익명의 프로그래머들이 몰려들어 운영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말을 듣게 된다. 지질 데이터를 비밀로 취급하는 것이 광산업계의 관행이었지만 강연회에서 영감을 얻은 이 광산회사 사장은 무려 400MB에 이르는 자기 광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상금도 걸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컨설턴트, 수학자, 군 장교와 대학원생까지 참여해 110군데의 후보지를 추천했고, 80% 이상에서 금이 발견돼 220t의 금을 채취했다. 매출이 1억 달러에서 90억 달러로 급증해 거대 회사로 발돋움했다.
17, 18일 서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가 열린다. OECD 회원국 28개국과 비회원국 14개국이 참가한다. 한국 정부와 OECD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장관급 회의의 주제는 ‘인터넷 경제의 미래’.
방송 통신 과학 기술 산업 무역 경제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각국 각료들과 국제기구 대표, 민간저명인사들과 전문가들이 모인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각료급 대표가 모이는 이번 회의에서는 ‘서울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인터넷이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은 창조(Creativity), 융합(Convergence), 신뢰(Confidence)다. 이것이 이번 회의의 주제다.
창조력은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 인터넷은 단순한 정보 전달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네트워킹’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네트워크의 끝에 있는 수많은 이용자의 창의적 발상을 가장 효율적으로 집약해 준다. 이번 회의에 참가하는 구글이라는 인터넷 회사가 거대 기업 MS를 누를 수 있었던 힘은 인터넷의 개방, 공유, 참여를 통해 들어온 창의적 사고를 효과적으로 집약한 데서 나왔다.
인터넷은 ‘인터넷 프로토콜’이라는 확장성이 뛰어난 기술표준을 매개로 지금까지 별개로 존재했던 방송과 통신의 서비스들과 다양한 단말기들을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 융합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탄생시키고, 새 소비자를 창출함으로써 비약적 경제성장의 힘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인터넷은 국경을 모른다. 따라서 정부는 다양한 융합서비스 제공자들이 공정하게 규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경쟁의 룰을 만들어야 하고, 세계적으로 소비자가 인식하는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균일한 규제의 틀을 짜야 한다.
인터넷은 세상을 혁신적 방법으로 바꿀 수 있지만 이용자의 신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 보안 침해사고로 전 세계 경제 손실은 지난 3년간 12조7000억 원에 이른다. OECD 회원국 중 인터넷 침투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피해가 한층 심각하다. 제도의 보완, 자율규제 구축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창조 융합 신뢰에 기초한 인터넷의 힘은 인류의 미래를 열어가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고, 이번 장관급 회의는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송도균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