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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찬식]문화부의 人事되물리기

입력 | 2008-06-16 02:58:00


촛불집회를 이끌고 있는 운동세력들은 ‘문화의 힘’에서 확실히 앞서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되는 노래를 먼저 틀어 시위 참가자들의 일체감을 유도한 다음 대중가요와 율동 등으로 서서히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시위에 문화를 결합시켜 대중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이명박 정부는 문화적으로 취약하다는 인상이 짙다. 딱딱하고 단조로운 산업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화정책에서도 이렇다 할 장악력을 보이지 못하면서 이제는 무능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 예술단체 3곳의 사장 및 단장 내정자를 발표했으나 이 가운데 2명이 중도 낙마했다. 서울 예술의 전당 사장으로 김민 전 서울대 음대학장을 내정했지만 연극 뮤지컬 단체들이 반발하자 처음부터 다시 인선 절차를 밟기로 했다. 국립오페라단 단장 내정자인 작곡가 이영조 씨는 음악계 일부가 반대하자 자진 사퇴했다.

▷예술의 전당의 경우는 해도 너무했다. 원래는 후보자 4명을 추천받아 적임자를 찾는다는 계획이었다.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당사자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후보자 명단을 만든 뒤 해당 인사들을 접촉했다. 3명이 고사했다. 남은 1명, 곧 김민 씨는 지난해 예술의 전당 사장 공모에서 3위를 차지한 사람이다. 이렇게 되면 상식적으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혼자 남은 사람을 그대로 내정했다. 설득력이 없는 인선이었다.

▷국립오페라단 파행은 작곡가 출신이 단장에 내정되자 성악가들이 반대하고 나선 데서 비롯됐다. 이들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배경이라지만 인선에 앞서 음악계를 다독이지 못한 문화부도 책임이 무겁다. 문화부 청사는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광화문 부근에 있다. 현 정부의 인사 실패가 하나의 원인으로 작동한 촛불시위를 코앞에서 바라보면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한 꼴이다. 문화 경쟁에서 뒤지는 것은 정권 차원에서도 단순한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 공산당을 만든 안토니오 그람시에 따르면 문화를 주도하는 세력은 대중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 현 정부는 ‘좌파 정권 10년’의 탓만 하지 말고 ‘문화 배우기’에 나서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