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등 250명 ‘밀알’되어 한국 교육 경쟁력 키우기
“이것이 안 좋으니까 저렇게 해보자는 식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14일 경북 칠곡군 약목고 시청각실. 경북대 교육학과 신상명(48) 교수는 “실용주의는 자율과 통제 두 가지의 장점을 택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우 유용할 수 있지만 거꾸로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도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교수가 발표한 ‘실용정부 교육정책의 쟁점과 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교육정책 수립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김천교육청 김덕희 장학사는 “교육정책이 아무리 개혁적이라도 교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오히려 무기력한 분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서부공고 권영주 교사는 “당장의 성과를 위해 학생들을 경쟁으로 몰아넣는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협력과 지원이라는 중요한 철학을 간과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5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는 경북대 대학원 교육학과에서 교육정책이나 행정 분야를 전공한 석·박사 과정 졸업생 또는 재학생으로 구성된 경북대 교육행정동우회(회장 박창순) 포럼.
이 동우회는 1986년 2월 대구교육대에서 창립총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석·박사 과정을 마친 몇몇 동문을 중심으로 모임을 준비해 이듬해인 1987년부터 논문 발표회를 열었다.
교육에 관한 연구와 발표가 이어지면서 동우회원도 25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회원들은 교원과 교육행정 공무원,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구 분야도 교육행정과 정책에서부터 장학활동, 해외 교육 사례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퇴임한 후에도 후배들과 한국 교육을 걱정하는 경북대 교육학과 김명한(71) 명예교수는 이날 포럼에 참석해 “국민 생활에 영향이 매우 큰 교육정책을 수립하려면 필요성과 전문적 연구, 의견 수렴, 입법 등 4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한국은 1단계만, 그것도 즉흥적으로 추진해 벽에 부닥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교육정책 분야 권위자인 김 명예교수는 퇴임 전까지 200여 명의 석·박사를 지도했다. 그는 “20여 년 전 동우회를 결성했을 때보다 지금 후학들의 연구 자세와 내용이 훨씬 풍성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동우회는 이제 ‘교육전문가 그룹’으로 발전했다. 석·박사 과정 재학생 회원은 1994년 ‘교육행정 아카데미’를 만들어 올해 1월까지 28차례의 세미나를 열었다.
졸업생 선배들은 지난해부터 ‘교육행정포럼’을 구성했다.
김 명예교수에 이어 동우회 연구를 지도하는 경북대 사범대 교육학과 박종렬(60) 교수는 “세부 전공은 각자 다르지만 한국 교육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노력은 아름답기까지 하다”면서 “동우회 활동이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작은 씨앗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