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동부 김주성의 결혼식 때 일이다.
이날 식장에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는데 그가 앉은 테이블에 낯선 인물이 많아 농구단 직원들은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평소 수행비서조차 두지 않을 정도로 겉치레를 싫어한다는 김 회장이 그냥 일반 하객 사이에 앉아 있었던 것.
김 회장은 김주성 부부와 따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앞날을 따뜻하게 축하해 줬다.
김 회장은 시즌 중에 원주 홈경기를 자주 찾았는데 그때도 프런트 직원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채 관중석에서 조용히 관전하고 돌아간 적이 많다. 쓸데없는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김 회장은 지난 주말 동부 전창진 감독을 충북 음성군에 있는 동부그룹 계열의 한 신설 골프장에 초대했다. 27홀 가운데 경관이 뛰어난 18개 홀을 라운드하면서 코스 설명도 해 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대학교 때 아버지를 잃은 사연을 비롯해 부인과 두 아이를 모두 캐나다 토론토에 둔 기러기 아빠인 전 감독의 애환 등에 귀를 기울이며 장래 걱정을 해 주기도 했다.
마침 동부는 지난주부터 처음으로 선수들을 소집해 다음 시즌에 대비한 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훈련 상황은 우승 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프로 구단에는 흔한 전용 체육관도 없이 서울 시내의 한 체육센터 시설을 빌려 쓰고 있는 형편이다. 연고지 원주에 내려가서는 동네 아줌마들이 에어로빅을 하는 헬스클럽의 한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우승 보너스 역시 다른 팀의 경우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져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선수단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한다.
TG 시절을 포함해 프로 최다 타이인 3차례나 정상에 오른 동부가 진정한 명문 구단에 오르려면 타이틀에 걸맞은 적절한 투자가 절실해 보인다. 회장님의 ‘관심’이 농구단 구성원의 피부에 와 닿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