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표되면 靑에 쓴소리”
20년 정치 내공 시험대
온화한 성품서 나온 정치력 강점
당내화합-野와 조율 적임자 기대
원외-고령 약점 뛰어넘을지 주목
《“살살 좀 해라∼. 힘들다….” 17일 오후,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사무실 개소식 축하를 위해 참석한 박희태(70·사진) 전 의원이 옆에 앉은 정몽준 의원에게 귓속말로 말하자 정 의원의 웃음이 터졌다. 》
두 사람은 7월 3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유머와 ‘촌철살인(寸鐵殺人)’은 박 전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다.
올해 초 박 전 의원은 20년 정치인생 중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이명박 대선후보 경선 선거대책위원장, 당 상임고문을 맡은 그는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교체 바람이 불면서 낙천했다. 박 전 의원은 “공천 탈락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그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혼자서 그냥 ‘뛰어넘자’는 말만 수없이 되뇌었다”고 회상했다.
18대 국회 입성에 실패하면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위기에 놓인 박 전 의원을 ‘대표 출마’로 끌고 간 건 정치권 동료들이었다.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가장 유력한 당 대표 후보 중 한 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박희태 대표론’의 바탕은 온화한 인품에서 나오는 정치력에서 출발한다. 박 전 의원 지지자들은 그가 친이명박, 친박근혜계로 나눠진 당의 화합과 야당과의 조율을 원만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실제로 박 전 의원은 지난해 대선 경선 때도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화합을 주도했다.
박 전 의원은 낙천한 뒤에도 총선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누볐고, 6·4 재·보선 때 지역구였던 남해에 내려가 군수선거 후보를 도왔다. 20년간 당 대변인, 원내총무, 대표를 역임한 ‘한나라당의 적자(嫡子)’라는 점도 당내 선거에서는 장점이다.
그러나 원외인 데다 나이가 많다는 게 약점이다. 1988년 민정당 국회의원(13대)으로 정치를 시작한 ‘구(舊)정치인’ 이미지도 부담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깊은 박 전 의원이 대표가 되면 이 의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당내에서 이 의원의 역할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는 마당이다. 박 전 의원은 대선 기간 이 의원과 함께 ‘6인회의’를 주도했고 경선 때도 함께 당내 화합에 앞장서 왔다.
그는 이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5선을 함께한 친구”라면서도 “이 의원과 나는 정치적 역할에 있어 상관관계가 없다. 괜히 오해를 받을까봐 요즘 만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너무 ‘화합형’이어서 그가 대표가 되면 당이 청와대에 휘둘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은 대표가 되면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청와대와 ‘소통의 고속도로’를 만들어 당의 의견이 청와대에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겠다”며 “청와대에 쓴소리, 바른소리를 하는 ‘꼿꼿 여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최근 선거 슬로건도 ‘국민에겐 귀 큰 희태, 정부에는 입 큰 희태’로 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믿음을 나타냈다. 그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이 이 대통령이 경제를 잘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관록과 화합의 정치인 박희태. 그가 여당 대표로 다시 한 번 정치의 중심에 설지, ‘뒷방 원로’로 물러설지 20년 ‘정치 내공’이 시험대에 섰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