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졸업생엔 무리, 어른도 힘들다”
“상업적 문화 극복할 유익한 충격”
“고등학교 졸업생이 풀기에 무리일 뿐 아니라 어른이 풀기도 힘들다.”
“상업적인 시청각 문화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만드는 철학적 훈련이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가 16일 출제된 프랑스의 올해 바칼로레아(고등학교 졸업자격 시험) 철학 논술 문제를 프랑스어에 능통한 저명 외국인들에게 풀어보게 한 결과 이처럼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중국계로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오싱젠은 문학 계열의 문제로 출제된 ‘타인을 아는 것이 자기 자신을 아는 것보다 쉬운가’를 풀어본 뒤 “이런 문제를 풀기에는 바칼로레아를 치르는 젊은이들은 너무 어리다”며 “이들은 이런 문제에 답할 만큼 인생에서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는 이 주제가 “지금까지 써온 모든 작품, 또 앞으로 써야 할 작품을 위한 바로 그 주제”라며 “이는 누구도 여기에 답할 만큼 충분한 경험을 가질 수는 없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가오싱젠은 바칼로레아에 철학 문제가 출제되는 데 대해 “철학은 지성의 개발에 도움을 주는 것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문학이 인생과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인생의 실제 증언’이기 때문에 문학(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철학보다 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로코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30년 넘게 활동해온 작가 타하르 벤 옐룬은 이공 계열에서 출제된 ‘예술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가’라는 문제를 택했다. 그는 “진정한 예술이라면, 또 그 예술이 깊이가 있는 것이라면 세계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꿀 것”이라는 요지의 답을 냈다.
그는 “바칼로레아의 철학 시험은 고등학생들에게 유익한 충격”이라며 “이런 교육 덕분에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상업적인 시청각 문화의 한계를 넘어 인생의 심오하고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사회 계열의 문제로 출제된 ‘괴로워하지 않고 욕망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쿠바 출신의 작가 에두아르두 마네와 그자비에 다르코 프랑스 교육장관이 상반된 답을 내놓았다.
마네는 “고통을 겪지 않고 무엇인가를 욕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사람은 원하는 것을 거의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욕망은 고통을 동반한다”고 답했다.
반면 다르코 장관은 ‘유럽1’ 방송에 출연해 “욕망은 행복이기도 하다”며 “왜냐하면 진실로 불행한 것은 돌멩이처럼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바칼로레아는 1808년 나폴레옹 집권 당시 처음 선보인 이래 올해 200년째를 맞았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