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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흑색요원입니다, 사진 찍지 마세요”

입력 | 2008-06-19 16:12:00

아직까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국정원 요원 \'선글라스맨\' 나성엽 기자

작년 9월 국정원장(오른쪽)과 ‘선글라스맨’이 비행기에 오르는 한국인 인질들을 바라보고 있다. 나성엽 기자

작년 9월, 두바이-서울 대한항공 기내에서 국정원장(오른쪽)과 ‘선글라스맨’. 나성엽 기자


【신동아7월호 특종취재】

국정원 '신입직원' 누굴 뽑고 어떻게 단련시킬까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공항.

아프가니스탄에서 풀려난 한국인 인질들을 인솔하던 국가정보원 요원들 중에는 이미 언론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진 '선글라스 맨'이 있었다.

요원들 중 누군가가 "회장님이 오신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하자 선글라스 맨을 비롯한 요원들은 김만복 국정원장이 걸어오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장님이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요원은 "원장님을 가리키는 은어"라고 소개했다.

당시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인질들이 대합실을 통해 대한항공기 편에 오르는 동안 주위에는 군복 차림의 군인과, 잘 다려진 검은 정장 차림에 길지도, 짧지도 않은 머리를 '2대 8' 가르마로 절도 있게 빗어 넘긴 건장한 남성들이 뒤섞여 함께 움직였다.

특히 정장 차림 남성들의 몸짓에는 쓸데없는 동작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인질들이 자리를 잡은 비행기 2층 비즈니스 클래스로 반 쯤 올라간 기자에게 한 요원이 길을 막아서며 "죄송합니다, 내려가 주시겠습니다", 예의 바르게 양해를 구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거역하기 힘든 어떤 힘이 느껴졌다.

국가정보원.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아무나 알면 안 되는 조직. 그들은 대체 어떤 훈련과 교육을 받을까.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른바 '스파이'가 되는가.

최근 발행된 신동아 7월호는 이정훈 전문기자가 국정원 신임 요원 훈련과정을 단독 취재한 30페이지 분량의 기사 "이들은 흑색요원입니다. 절대 사진 찍지 마세요" 편을 게재했다.

국정원이 요원들의 훈련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신동아에 따르면 국정원 신임요원의 약 30%는 여성. "체력이 강하고 무술에 능한 사람이 국정원에 들어갈 것이다"라는 일반인의 편견과 달리 신입 요원들의 대부분은 운동에는 별 소질은 없지만 이른바 '공부를 잘 하는' 똑똑한 인재들이 많다.

하지만 공수부대와 해병대식 훈련을 거치면서 이들의 체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되고 훈련 3, 4개월 정도가 지나면 여성과 남성 사이의 신체적 능력 차이는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국정원 요원 훈련의 핵심은 '자기 버리기'. 밑바닥에서 초고위층, 때로는 다른 나라 정보원들과도 기 싸움을 해야 하는 국정원 요원에게 '자아'는 필요 없는 사치품이며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변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를 작성한 이정훈 전문기자는 "정보를 얻기 위해 '나를 버리는' 훈련을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언론사 기자와도 닮았다"고 했다.

기사는 국가 정보요원들의 정신교육, 흑색 백색 회색으로 갈라질 요원들, '음지맨'들의 독특한 건배사 및 국정원을 구성하는 학맥 등에 대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도 깊이 있게 파헤쳤다.

신동아 7월호는 이밖에 이외수가 본 '촛불세상', 촛불시위 연행자들 "내가 거리에 나선 까닭", 이상득 철저탐구, '한국판 빠삐용' 베트남전 포로 박정환의 격투 인생 등을 다뤘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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