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53) 씨는 이달 초 국내 한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DLS)에 8500만 원을 투자했다. 이 씨가 투자한 DLS는 옥수수, 콩, 밀의 선물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가격 상승률에 따라 수익이 늘어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져도 원금은 보장된다.
이 씨는 “이전까지 주식투자로 재테크를 해 왔는데 증시 변동성이 심해져 다른 투자처에 눈을 돌렸다”며 “이번에 가입한 DLS는 가격이 오르고 있는 농산물에 투자하는 데다 원금을 까먹을 걱정이 없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DLS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운영방식은 같지만 기초자산이 다양한 것이 특징. ELS가 기업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데 비해 DLS는 농산물, 원유, 금 등 상품이나 펀드 평가가격, 특정 국가의 환율 등에 연계해 손익이 결정된다.
DLS는 2005년 한국에 처음 도입됐지만 기초자산의 변동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1∼6월)에 증시의 변동성이 심해지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체 투자수단의 하나로 관심을 끌고 있다.
○ 금, 원유, 농산물 등에 연계
DLS는 ELS와 마찬가지로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과 보장되지 않는 상품으로 나뉜다.
우리투자증권이 19일까지 판매한 DLS 84호는 콩, 밀, 옥수수의 선물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보장형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상승률에 따라 만기 때 최대 118%의 수익률이 가능하다. 우리투자증권 FICC팀의 송미홍 차장은 “최근 10년간 농산물 선물가격을 토대로 DLS 84호의 예상수익률을 계산해 봤더니 만기 때 20∼40%의 수익을 낼 확률이 50% 정도였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판매한 DLS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연계된 상품으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중국 A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ETF가 기초자산이며 ETF의 가격이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20%의 수익률로 조기 상환된다. 다만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각 증권사가 판매한 DLS는 회사별로 수십 종류였지만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DLS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많아짐에 따라 이달부터 매주 새 DLS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 반드시 분산투자 방식으로 접근해야
DLS는 투자하는 기초자산의 종류나 수익률이 결정되는 방식이 대단히 복잡한 파생상품이라 투자하기 전에 상품의 특성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상철 FICC팀 차장은 “DLS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투자하기 전에 원유, 농산물, 환율 등 기초자산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원금보장형 DLS라도 만기 이전에 환매하면 원금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파생상품 담당 연구원도 “삼성전자 등 개별 종목을 분석하기는 쉽지만 DLS의 기초자산인 유가, 금리 등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는 전문가도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일반인이 DLS에 투자할 때는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분산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