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SK 감독이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다. 자다가도 야구 얘기만 나오면 벌떡 일어나는 그가 스스로 벤치를 떠났다. “감독 생활 40년 만에 처음이다. 내 살을 깎는 듯이 아프다.”
‘윤길현 사태’가 가라앉을 것 같다. 윤길현을 경기에서 뺀 데 이어 2군으로 내려 보냈지만 논란은 지속됐다. 이제 김 감독이 “내가 잘못 가르쳤다”며 머리를 조아리자 ‘이쯤하면 되지 않았나’며 비난이 잦아들고 있다. 일부 SK 팬은 “눈물나서 못 보겠다”고도 했다.
불펜 투수인 윤길현은 15일 11년 선배인 KIA 최경환에게 빈볼을 던지고 ‘뭐 어쨌기에’ 식으로 다가갔다. 삼진을 잡고 최경환을 향해 욕설을 내뱉은 것은 ‘기 싸움’을 넘어 ‘불손’으로 비쳤다. 그를 비난하는 글들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SK 홈페이지는 속칭 ‘도배’가 됐다.
이번 사태가 이렇게 커진 것은 그의 잘못이 크기도 했지만 그동안 SK의 플레이에 대해 쌓인 다른 팀 팬들의 불만이 폭발한 측면도 있다. KIA뿐 아니라 다른 팀 팬들도 ‘사과 요구’ 행렬에 동참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SK는 ‘강하지만 유연하지 못한 행동’으로 질타를 받았다. 점수 차가 많이 벌어져 사실상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도 투수를 자주 교체했다. 지는 선수와 팬들 처지에서는 부아가 치밀 수밖에 없다. 규정상 문제가 없지만 SK의 플레이는 통상의 ‘경기 예의’에는 어긋난다는 비난이 높다.
윤길현의 ‘욕설’은 분명 잘못됐다. 하지만 그가 앞서 빈볼성 투구를 하고 최경환과 신경전을 벌인 것은 각자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투수와 타자는 전쟁터인 그라운드에서는 개인이 아니라 팀의 일원이다.
결국 성난 ‘넷심(네티즌의 마음)’은 66세 노감독의 고개를 숙이게 만든 다음에야 잠잠해질 태세다.
뒷맛은 개운치 않다. 비단 윤길현, SK라서가 아니다. 어떤 선수든, 팀이든 인터넷에 노출되는 순간 다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