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반복 구조로 이뤄진 이 음악은 “꺅” 하는 비명이 곁들여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튜바로 연주한 메인 테마는 듣는 순간, 검은 바다 속에서 불현듯 닥쳐오는 공포를 곧바로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 ‘조스(Jaws)’에서만큼은, 음악은 양념이 아니라 핵심이니까.
1975년 6월 20일 미국에서 조스가 개봉됐다. 피터 벤츨리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해변 휴양지를 공포로 몰아넣는 거대한 식인상어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수많은 관람객을 여름 바닷가에 가지 못하도록 만든 이는 무명의 신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 식인상어와 위협을 인식하지 못한 채 수영하는 사람을 함께 등장시킨 포스터는 조스가 어떤 영화인지 분명하게 드러낸다. 세계적으로 4억7000만 달러(2006년 기준 18조5000억 달러)라는 조스의 어마어마한 수익은 이 같은 마케팅에 힘입은 바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내러티브, 명징한 이미지가 영화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조스가 ‘블록버스터의 아버지’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 미 전역에서 대규모로 동시 개봉한 첫 번째 영화라는 데 있다. 개봉 당일 409개 극장에 동시에 영화가 걸렸고, 5일 뒤에는 675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영화사는 70만 달러를 들여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이전에는 주요 도시의 극장 몇 군데서 먼저 개봉한 후 반응이 좋으면 점차 지역을 넓혀가는 식이었다. 조스의 성공은 영화 배급과 마케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웠다.
영화는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비니어드에서 촬영됐다. 주인공 식인상어 역할에 ‘기계 상어’ 세 마리가 쓰였는데, 바닷물에 부속장치들이 부식돼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촬영 지연과 예산 초과 문제로 대본을 수정해야 했다. 상어가 등장하기로 한 장면 대부분에서 상어가 있다는 암시만 주는 쪽으로 바꿨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결과적으론 영화에 긴장감을 더해 흥행에 도움을 줬다.
메인 테마에 관한 일화. 작곡가 존 윌리엄스가 피아노 앞에 앉아 스필버그 감독에게 조스 테마로 쓰려는 선율을 들려줬다. 그는 손가락 2개로 저음부 건반을 반복해 누를 뿐이었다. 처음에 스필버그는 장난으로 알고 웃었다. 그러나 훗날 스필버그는 “윌리엄스의 음악이 없었다면 조스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모로 조스는 운이 따른 영화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