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단체 임신 협약’을 맺고 대거 임신한 사실이 드러나 지역사회와 미국 전체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19일 타임지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글로스터고등학교 관계자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임신했는지 검사하고 싶다며 양호실을 찾는 여학생이 급증했다. 몇몇 학생은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오히려 화를 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학교 측이 조사에 들어간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총 학생 수 1200명 중 17명의 여학생이 임신했으며 이들 중 대다수가 학생들 사이의 이른바 ‘임신 협약(pregnancy pact)’에 가입했던 것. 이들은 모두 16세 이하로 출산 뒤 아이를 함께 키울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경험이 있는 한 졸업생은 “임신에 성공한 몇몇 아이들을 만났더니 행복해하고 있었다”며 “육아의 어려움을 얘기해 보았지만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사람(아기)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지역 사회의 빈곤과 어른들의 무관심 때문으로 분석하는 의견도 있다. 작은 어촌마을인 글로스터의 인구 중 3만 명이 넘는 대다수는 블루칼라 계층. 크리스토퍼 파머 교육감은 “최근 몇 년간 어업 관련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면서 생활고에 찌들어 가정불화를 겪는 집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임신 청소년을 돕는 비영리 단체 ‘매사추세츠 10대 임신 문제 연맹’의 퍼트리샤 퀸 씨는 “지역사회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모델을 많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