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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고통의 하룻밤…꿈 주는 야구할 것”

입력 | 2008-06-21 08:53:00


자진결장 하루 뒤인 20일 문학구장 SK 감독실. 김성근(사진) 감독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하룻밤을 보낸 기색이 역력했다.

야구인생 50여년 동안 남 앞에서 인사와 감사의 뜻을 나타낼 때를 제외하면 좀처럼 머리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온 66세의 노장. 그런데 전날 팬들에게 “제자를 잘못 가르쳤다”며 최근 SK 투수 윤길현의 욕설 파문과 관련해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고, 자신의 혼이 담긴 그라운드를 떠나는 결단을 내렸다. 그가 말했듯 뼈와 살을 에는 듯한 고통 속에 불면의 밤을 보냈다.

○ 힘들었지만 소중한 시간

그는 전날 호텔 숙소에서 “1회 정도 보다가 인천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TV가 계속 빈자리(SK 감독석)를 비쳐주던데 빈 자리를 보니까 마음이 아파 경기를 더 못 보겠더라”며 웃었다.

그는 “힘들기도 하고 뒤돌아볼 기회도 됐다. 내가 왜 여기있나 싶더라”며 메마른 웃음을 짓더니 “프로야구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며 시작했는데 프로야구의 사회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삭발을 한 뒤 2군에서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는 윤길현이 자칫 자신감을 잃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김 감독은 “스스로가 해결해 나가야지”라고 말했다.

○ 응원단장에 “상대 야유하지 마라” 지시

김 감독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기 전 SK 마케팅 직원과 응원단장을 감독실로 불러 “응원문화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최근 야구장에서 상대팀 투수의 주자 견제시 팬들이 야유를 하는데 SK는 그러지 않도록 유도했으면 좋겠다”면서 “저쪽에서 야유를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은 안된다. 야유를 기싸움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 팬들이 즐기는 것은 좋지만 야구의 본질을 음미할 수 있는 응원문화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상대팀 선수의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박수를 보내도록 유도해달라. 바꿀 수 있으면 오늘부터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것은 윤길현 사건과 관계없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오늘이 기회다 싶어 얘기를 했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 SK 야구 스타일은 변하지 않을 것

김 감독은 “큰 점수차에서 도루를 한다든지 그런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결례를 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베스트를 다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충대충 하는 것이 상대와 팬들에 대한 결례가 아니냐.”면서 “타자가 배팅볼을 치는 것이 오늘의 시작이고, 마지막 타석은 내일을 향한 시작을 의미한다.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주변에서 SK 야구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은 알지만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팀내 사정이 있다”면서 “정대현이 아파서 한 타자만 상대할 수 있다고 경기 전에 말했는데 외부에서는 그런 걸 모르지 않느냐”며 벌떼 마운드 운영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문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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