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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시원한 ‘아삭아삭’ 여름나기…수박 빙수

입력 | 2008-06-23 08:14:00


전 과일 중에서 수박을 제일 좋아해요. 여름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가 수박을 실컷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상상이 되시겠죠?

좋아하다 보니 어떤 놈이 가장 맛있는 수박인지 알아보는 눈도 제법 정확하답니다. 초록색 줄무늬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꼭지가 싱싱한지, 엉덩이를 두드려 맑은 소리가 나는지도 꼼꼼히 따져 본답니다.

이렇게 신중히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집으로 들고 올 때는 걱정하게 되죠. 우리 집에서 나 말고 수박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그래서 수박 한 덩이 사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답니다. 수박 한 덩이가 냉장실을 다 차지한 채 며칠을 버티고 있으면 괜히 미안해지거든요.

수박의 성분은 90% 이상이 수분으로 대단한 영양소, 비타민류는 없지만 이뇨작용과 관계있는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몸의 열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합니다. 소변양이 적고, 몸이 부을 때, 신장기능이 약한 사람들에게 좋고요. 해열이나 해독작용이 있어 뜨거운 햇빛에서 오래 열을 받을 때 먹으면 더위를 견디게 해주죠.

남편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은 안 먹어서 물러져도 괜찮은데 제가 좋아서 산 과일이 남으면 왜 그렇게 눈치가 보일까요. 아마 나보다는 가족들 입맛에 맞춰 사는 것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살 때는 작아보였던 수박이 냉장고만 들어가면 그렇게 크게 느껴지나 봅니다. 하긴 혼자 사는 제 친구는 여름 내내 수박 한 통 사먹을 일이 없다고도 하더군요. 혼자 먹자고 그렇게 큰 걸 사나 싶어서 들었다 놓기가 일쑤라고요.

이렇게 어렵게 산 수박이 양껏 잘라 먹고도 반쯤 남아있으면 얼른 빙수를 만듭니다. 하얀 껍질 쪽은 생채나 장아찌로 만들어 반찬으로 이용하고, 빙수로 만들어 먹으면 가족들도 관심을 보여요. 유난히 무더운 저녁에 모두 둘러 앉아 수박빙수 한 그릇씩 비워내면 뼈 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죠. 대청마루에 앉아 수박씨를 마당으로 뱉어 내던 그 맛은 없지만, 함께 모여 즐기는 수박 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요.

Clip! - 달콤한 ‘수박 빙수’ 레시피

▲ 준비하세요

수박 150g, 물 100g, 설탕 60g

▲ 따라하세요

1. 수박은 씨를 대강 털고 툭툭 잘라서 믹서에 간다.

2. 체에 건더기는 버리고, 주스만 따라서 받아둔다.

3. 냄비에 설탕·물을 넣고 끓여 시럽을 만들어 식힌 다음, 수박 주스에 섞어서 금속 그릇에 넣고 냉동실에 넣어 얼린다. 꽁꽁 잘 얼면 셔벳 스타일로 즐겨도 좋다.

이 혜 정

‘빅마마’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요리연구가.

EBS ‘최고의 요리 비결’과 KBS1 ‘여성공감’에서

맛깔난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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