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착륙한 피닉스가 삽질하는 모습. 로봇 팔에 연결된 삽으로 화성 흙을 퍼서 분석장치에 담는다. [사진제공 NASA]
새 한 마리가 천상의 음악소리처럼 아름답게 울더니 향기로운 가지로 둥지를 튼 뒤 불을 놓고는 자기 몸을 던진다. 그러자 황금색 깃털에 뒤덮인 새 한 마리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닌가. 500년마다 기적처럼 불 속에서 부활하는 불사조(피닉스)다.
얼마 전 붉은 행성에 불사조 하나가 둥지를 틀었다. 9개월간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화성의 북극 근처에 내린 화성 피닉스 착륙선이 그 주인공. 사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피닉스는 전설의 새처럼 ‘2001 화성 착륙선’, ‘화성 극지 착륙선’(MPL) 같은 이전 탐사선의 잔해에서 부활했다. 임무 자체가 취소된 ‘2001 화성 착륙선’에서 많은 부품을 갖다 쓰고 1999년 화성에 착륙하다 폭발했던 MPL의 일부 부품을 업그레이드해 사용했기 때문.
피닉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선배 착륙선의 몸을 빌려 재탄생한 바이킹의 후예다. 1976년에 잇따라 화성에 내린 쌍둥이 착륙선이 바이킹 1·2호다. 바이킹 이후에도 화성 패스파인더와 로버(1997년), 오퍼튜니티와 스피릿(2004년)이 화성에 착륙했지만 이들은 주로 바퀴가 달려 이동하며 탐사하는 종류다. 피닉스는 바이킹처럼 한곳에 머물며 주변을 탐사하는 고정형이다. 움직이지 못한다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 오산.
물론 바이킹처럼 ‘생명체 실험장치’라고 거창하게 내건 장치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피닉스는 ‘열방출가스 분석장치’(Thermal and Evolved-Gas Analyzer)라는 강력한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로봇 팔에 달린 삽으로 퍼 올린 화성 흙을 체로 거른 뒤 높은 온도로 가열할 때 방출되는 가스를 분석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수증기, 이산화탄소, 유기화합물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알아본다.
30여 년 전 바이킹은 생화학반응은 감지하지 못한 채 단순한 화학반응만 포착했지만 피닉스는 바라던 얼음의 존재를 감지한 것처럼 보인다. 열방출가스 분석장치를 가동한 결과 화성 흙에서 아직까지 수증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은 토양 사진에서 얼음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증발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
피닉스는 화성 토양을 로봇 팔에 달린 삽으로 퍼 올린 뒤 체로 거르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처음엔 흙이 덩어리져 있어 체를 잘 통과하지 못했던 것. 그래서 체에 담긴 흙을 하루에 몇 번씩 흔든 뒤에야 소량이나마 분석장치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 로봇 팔은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흙을 분석기에 흩뿌려 넣는 연습을 했다. 지금은 삽질을 잘해서인지 분석장치에 흙을 잘 담고 있다.
이번에 피닉스가 화성에 착륙한 장소는 토양 아래에 얼음이 많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피닉스는 길이가 2.35m인 로봇 팔을 이용해 0.5m 깊이까지 파낼 수 있다. 화성 토양 밑 얼음층 깊이까지야 도달하긴 힘들겠지만 아마도 얼음의 존재는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닉스가 삽질을 열심히 한다면 혹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처럼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지 않을까. 머나먼 화성에서 피닉스가 하고 있는 삽질을 주목해 보자.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