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 우승 상금
준우승의 두배라는데
그럼, 생산성도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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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생산성 차이 보단
인기등 상대적인 성과로
소득배분이 결정되기도
사례
4년마다 전 세계인을 흥분시키는 올림픽. 일생에 단 한 번 이 세계적인 축제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 되기에 충분하다.
여자 양궁 국가대표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한 딸을 둔 한 어머니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하고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 낸 딸을 생각하면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딸이 큰 실수를 하지 않고 평소 실력을 발휘해주기를 간절하게 기도할 뿐이었다.
어머니의 기도에 보답이라도 하듯 딸은 결승전에 진출했고 상대 선수 역시 한국의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어머니는 한국 선수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확보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승부는 가려야 했다. 딸과 동료 선수가 화살을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희비가 교차했다. 두 선수의 실력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여서 팽팽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가슴을 졸이던 어머니는 너무 긴장돼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식구들의 환호성과 탄식 소리가 교차했다.
딸이 마지막 화살을 쏘자 가족이 환호를 질렀다.
“와, 금메달이다!”
그제야 어머니는 텔레비전을 봤다. 110 대 109. 한 점 차로 딸이 금메달을 땄다.
“우리 딸이 드디어 해냈어.”
경기가 끝난 후 기자들이 집에 몰려왔다. TV에 딸의 금메달 소식이 방송됐고 다음 날 신문에도 딸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났다. 그렇지만 겨우 1점이 모자라 은메달을 딴 동료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론이나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어머니는 딸이 유명해지고 큰 금액의 연금과 우승 보너스를 받게 돼 무척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 딸과 함께 땀을 흘린 동료 선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겨우 1점 차였는데 왜 모두들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관심을 보일까? 그리고 두 선수의 연금은 왜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지?”
이해
근로자는 회사에 기여한 만큼 임금을 받는다. 따라서 생산성이 높은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최정상급 영화배우의 출연료는 얼마여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도 역시 경제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영화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면 덜 알려진 배우가 주연을 맡는 것보다 얼마나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볼 것인가를 알면 된다.
최정상급 영화배우가 등장하면 관람료가 7000원인 영화를 보기 위해서 100만 명의 관객이 추가로 온다면 영화사는 이 배우를 출연시킴으로써 70억 원의 수입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노동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최정상급 영화배우는 이 정도의 출연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생산성의 차이만으로 소득을 설명하기 어려운 시장이나 직업이 많아지고 있다.
최고의 권위와 상금을 자랑하는 마스터스 프로골프대회를 보자. 우승자는 약 130만 달러의 상금을 받지만, 2위는 겨우 80만 달러 정도를 받는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2위가 받는 상금도 부러운 액수지만 이를 ‘겨우’라고 하는 이유는 우승자가 받는 상금의 6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승자는 준우승자보다 2배에 가까운 생산성을 가질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우승자와 준우승자는 한두 타 차로 갈린다. 어떤 대회에서는 연장전까지 간 후 가까스로 승부를 가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상금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이처럼 승자 한 사람이 대부분의 상금을 차지하는 현상을 ‘승자 독식’이라고 부른다. 승자 독식은 절대적인 성과가 아니라 상대적인 성과에 의해 소득이 결정되는 시장에서 발생한다.
승자 독식 현상이 심화되는 원인으로 기술의 발전이나 국제화를 꼽는다. 예를 들어 가수의 경우 과거에는 같은 시간에 한곳에서만 노래를 부를 수 있었으므로 최고 인기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공연장에 모인 수천 명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CD를 통해서 세계 어디서나 최고 인기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 가수는 엄청난 돈을 벌지만 비슷한 재능을 지녔음에도 인기가 없는 가수의 수입은 초라하다.
한 진 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